파키스탄 추락기서 97명 사망·기적의 생존자는 2명(종합)
앞줄 생존자 "착륙 직전 문제 발생"…주택가 주민들 부상
조종사 추락 직전 "엔진 잃었다"…사망자 신원 확인 난항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에 추락한 A320 여객기에서 탑승자 99명 가운데 97명이 숨지고, 2명이 생존했다고 현지 보건 당국이 23일 발표했다.
돈(Dawn)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국제항공 라호르발 카라치행 A320 여객기(PK8303편)가 전날 오후 2시 45분께 신드주 카라치 진나공항 인근 주택가에 추락했다.
사고기는 수차례 착륙을 시도하다가 활주로에서 1㎞도 안 된 곳에 떨어졌다.
탑승 인원은 항공 당국의 두 차례 정정 끝에 승객 91명과 승무원 8명 등 총 99명으로 파악됐다.
신드주 보건 당국은 이날 오전 "97명의 사망자가 확인됐고, 생존자는 2명"이라고 밝혔다.
여객기가 추락한 뒤 폭발과 함께 불에 타 시신 가운데 19구만 신원이 확인됐고, 나머지는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추락 지점 주택가 주민들은 여러 명 부상했으나,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당국은 전했다.
사고기에 한국인 탑승자는 없고, 미국 국적자는 1명으로 확인됐다.
탑승자 상당수는 라마단 종료를 축하하는 '이둘피트리' 명절을 즐기기 위해 집을 나선 파키스탄인 가족 단위 여행객으로 전해졌다.
배우 겸 모델인 자라 아비브도 사망자 명단에 포함됐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사고기 생존자가 처음에는 3명으로 알려졌으나 1명은 주택가에 있다가 부상한 여성으로 파악됐다.
'기적의 생존자'는 사고기 앞줄에 앉아 있던 펀자브 은행장 자파 마수드와 무함마드 주바이르라는 또 다른 남성 기술자이다.
화상을 입은 무함마드는 "착륙을 앞둔 시점까지 순조로운 비행이었는데 갑자기 기체가 크게 흔들리더니 기장이 '엔진에 이상이 생겼고,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방송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방에서 비명이 들렸고, 눈에 보이는 것은 화염뿐이었다"며 "나는 어떤 사람도 볼 수 없었다. 단지 그들의 비명만 들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무함마드는 "안전벨트를 풀고, 약간의 빛이 보이자 불빛을 향해 갔다. 3m 정도 높이에서 뛰어내려야 했다"고 덧붙였다.
생존자들은 두 사람 모두 안정적인 상태로 전해졌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항공기 사고로 충격과 슬픔을 느꼈다"며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희생자와 가족에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항공 당국은 사상자 수습이 완료되는 대로 블랙박스를 회수해 본격적인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한다.
사고기 조종사가 관제소에 기술적 결함을 호소한 뒤 연락이 두절됐기에 기계 결함에 무게가 쏠린 상태다.
'LiveATC.net'이라는 웹사이트에는 사고기 조종사와 관제사의 마지막 교신 내용이라며 "엔진을 잃었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파키스탄 8303"이라고 말하는 음성 파일이 공개됐다.
목격자 이자드 마시는 돈과 인터뷰에서 "여객기가 두 차례 착륙을 시도했지만, 바퀴가 나오지 않았다"며 "동체가 바닥에 닿았다가 올라가면서 엔진에 불이 붙은 것을 봤고, 추락했다"고 말했다.
익명의 항공 당국 관계자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착륙 전 기술결함으로 랜딩기어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사고 원인을 결정짓기에 이르다"라고 말했다.
사고기 조종사 사자드 굴은 파키스탄국제항공에서 A320 여객기 조종 경험이 많은 고참으로 꼽혔다.
사고기는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동방항공에서 사용하다가 소유권이 변경된 뒤 파키스탄국제항공이 띄웠다.
항공사 측은 사고기가 지난 21일 점검받은 정비보고서에 '엔진과 랜딩기어, 주요 비행 시스템이 이상이 없다'고 기록된 서류를 언론에 공개했다. 엔진 2개는 2019년, 랜딩기어 3개는 2014년에 교체됐다.
파키스탄국제항공은 지난 2016년 12월 7일에도 소속 국내선 여객기 PK661편이 이슬라마바드에서 75㎞ 떨어진 산악지대에 추락해 탑승자 47명이 전원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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