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강한 '선거여왕'으로 집권2기 연 차이잉원 대만총통
유튜브 등 통해 폭넓은 소통…반려묘 키우는 고양이 애호가
(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대만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통으로 연임에 성공해 20일 집권 2기를 시작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위기에 강한 '선거의 여왕'으로 통한다.
차이 총통은 대만 최고 학부인 대만대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와 런던정경대에서 각각 법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대만 국립정치대 등에서 10년간 교수로 활동한 법학자 출신이다.
1994년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 시절 정책자문위원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한 뒤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장관), 입법위원(국회의원), 행정원 부원장(부총리) 등을 두루 역임했다.
미혼인 그는 부패 등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젊은 유권자와 서민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의 합리적이고 진보적인 정치관이 가장 큰 정치적 자산으로 꼽힌다.
그는 2008년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의 대패와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의 부패 스캔들까지 터져 창당 후 최대의 위기를 맞은 민진당을 맡아 이후 수년간 각종 선거에서 집권 국민당 상대로 7차례나 승리를 거두면서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2년 대선에서는 대만 최초 여성 총통 후보로 나섰지만 마잉주(馬英九) 당시 총통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한 차례 패배를 맛보고 당 주석직을 잠시 내려놓았다.
그러나 2014년 90%가 넘는 당원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당 주석에 복귀했고 2016년 치러진 대선에서 국민당 주리룬(朱立倫) 후보를 꺾고 대만의 첫 여성 총통이 됐다.
하지만 차이 총통은 2018년 11월 지방선거에서 집권 민진당이 참패한 데 책임을 지고 주석직에서 물러났다.
이로 인해 당시 대만에서 차이 총통의 재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대만 대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그에게 다시 기회의 발판이 마련됐다.
지난해 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발언 등 대(對)대만 압박 행보와 6월부터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일어난 이후 반중 정서가 높아지면서 차이 총통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탔다.
이 같은 지지에 힘입어 올해 초 총통 선거에서 역대 최다 득표로 연임에 성공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신속하게 대처함으로써 '방역 모범'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역대 대만 총통 중 최고 지지율 기록도 세웠다.
신(新)대만 국책싱크탱크의 최근 조사에서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74.5%에 달했다.
차이 총통은 평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친근하게 이용하는 것은 물론 유튜버의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대중들과 폭넓은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대만의 한 TV 프로그램은 항상 총통부에서 준비한 저염식인 건강식단을 즐기던 차이 총통이 외부 일정 중 대만인이 즐겨 먹는 돼지갈비를 튀겨낸 파이구(排骨) 도시락을 먹으면서 "와!, 오늘은 파이구 도시락을 먹을 수 있네요", "정말 맛있어요"라며 좋아하는 소탈한 모습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다른 참모도 총통부는 차이 총통의 건강을 위해 평소 차와 물만 제공하는데 차이 총통이 외부 일정이 있으면 가끔 자신의 가방에 탄산음료를 넣어가서 마시기도 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아울러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수행원들을 걱정하는 질문에 수행원이 약간 춥다고 하자 차이 총통이 "어떡하죠. 내 옷을 입으라고 줄 수도 없는데"라는 '썰렁 개그'도 하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고양이를 좋아하기로도 유명한 차이 총통이 최근 자신의 반려묘가 코로나19로 인해 자신과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너도 사회적 거리 유지하니?'라는 재치 있는 글을 올려 관심을 끌었다.
고공 행진하는 지지율 속에서 집권2기를 시작한 차이 총통이 산적한 현안과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대만인들의 기대와 희망에 부응해 어떤 행보를 보여줄 지 주목된다.
jinbi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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