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뚫고 중국 간 이재용 "시간이 없다"…글로벌 행보 재개(종합2보)
해외 유일 메모리반도체 기지 시안 방문…'반도체 2030' 의지
정의선 회동 후 닷새 만에 전격 중국行…경영 보폭 넓혀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18일 중국 시안(西安)에 위치한 반도체 사업장을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멈췄던 해외 경영 행보를 4개월 만에 재개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 주요 기업인의 중국 방문은 이 부회장이 사실상 처음으로, 각종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전날 출국한 이 부회장은 이날 시안 소재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과 대책을 논의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은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가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산업 생태계 변화에 코로나19, 삼성 관련 재판 등 악재가 겹친 사상 초유의 위기에서 도약을 위해서는 머뭇거릴 수 없다는 절박한 현실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시안 사업장 방문에는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 등이 함께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과거의 잘못과 단절하고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는 대국민 사과 발표 이후 국내외에서 전방위적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입장 발표 일주일 만인 지난 13일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해 논의한 데 이어,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를 뚫고 중국 출장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이 부회장이 선제적·적극적인 경영 행보로 '뉴 삼성'에 속도를 내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이날 방문한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은 삼성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로, 시안에 15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삼성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까지 세계 1위에 오른다는 목표인 '반도체 2030' 비전 달성에 주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코로나19로 멈췄던 해외 현장행보를 재개하는 첫 장소로 시안 반도체 공장을 택한 것 역시 '반도체 2030' 목표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는 차원으로 해석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설 연휴에도 시안 공장을 방문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시안2공장 증설 관련 작업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시안2공장 투자 출하 기념행사를 진행했고, 지난달에는 2공장 증설에 필요한 기술진 200여명을 전세기로 파견했다.
이 부회장의 중국 출장은 이달부터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입국 제한을 완화하면서 가능해졌다.
중국은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한국 기업인을 대상으로 입국 후 14일 의무격리를 면제하는 입국절차 간소화(신속통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도 전날 중국 입국 전후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시안 공장 방문 이외에 현지에서 비즈니스 미팅 일정도 소화한 뒤 19일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한국에 돌아오면 2주 자가격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방역당국이 한중 '신속통로' 절차로 업무차 7일 이내 일정으로 중국에 다녀온 기업인은 귀국 뒤 음성이면 자가격리를 면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중국에서 귀국 후 공항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수시간 대기하다 음성 판정을 받으면 자가 격리를 면하고 능동 감시를 하게된다.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은 올해 1월 삼성전자 브라질 마나우스·캄피나스 공장 방문 이후 100여일 만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코로나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미래에 대비한 도전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중국 출장으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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