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경제 심장' 뭄바이, 코로나로 직격탄…의료·치안 붕괴 위기
병상 부족·시신 방치·진료 거부…경찰도 1천명 이상 감염
'사회적 거리 두기' 불가능한 슬럼가서 빠르게 확산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최대 경제도시 뭄바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두 달가량 이어진 전국 봉쇄 조치로 인해 경제가 마비된 가운데 의료ㆍ치안 질서마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17일 PTI통신 등 인도 언론과 외신이 인용한 당국 통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뭄바이에서는 1만8천555명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다.
인도 전체 누적 확진자(17일 오전 8시 보건부 집계 기준 8만5천940명)의 20%가 넘는 수치다.
뭄바이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도 696명으로 인도 전체의 25%가량을 차지한다.
인구 1천200만명이 몰려 사는 뭄바이가 인도 코로나19 확산의 최대 핫스폿(집중 발병 지역)이 된 셈이다.
뭄바이가 속한 마하라슈트라주의 누적 확진자 수도 3만명을 넘어서는 등 인도 28개 주 가운데 가장 많다.
코로나19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뭄바이의 의료 체계는 급속히 붕괴하는 양상이다.
인구 1천명당 의사 수가 0.8명에 불과할 정도로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인도가 감당하기엔 밀려드는 코로나19 환자가 너무 많은 것이다. 세계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미국과 중국은 각각 2.6명, 1.8명 수준이다.
최근에는 뭄바이 시영 시온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 옆에 시신들이 방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유족들이 코로나19로 숨진 가족의 시신 인수를 거부하자 병원 측이 그대로 한동안 방치하면서 생긴 일이었다. 병원 영안실은 이미 자리가 모자란 상태였다.
병상도 크게 부족해 감염 의심자조차 입원하기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료 거부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병상 수는 1천명당 0.5개로, 같은 기준으로 3.1개인 이탈리아나 12개인 한국보다 크게 적다.
현재 뭄바이의 코로나19 관련 병상 수는 4천500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뭄바이 병원의 한 환자는 AFP통신에 "어떤 때는 환자 3명이 한 병상을 나누어 쓰기도 한다"고 한탄했다.
봉쇄령에 따라 주민 이동 등을 통제해야 할 치안 분야에도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최전선에서 방역을 담당하다 보니 코로나19에 감염된 경찰 수가 급증한 것이다.
16일까지 마하라슈트라주에서만 1천140여명의 경찰이 감염됐고 이 가운데 20명가량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격무에 시달리던 현지 경찰이 가용 인력 부족이라는 악재까지 만난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외출 통제 조치를 집행하던 뭄바이 경찰이 이제 지쳤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러스가 오히려 더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뭄바이 곳곳에 자리 잡은 대형 슬럼가가 '시한폭탄'이 되면서다.
인디아투데이는 "뭄바이 인구의 55%가량이 이런 빈민촌에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중에서 '아시아 최대 슬럼가'로 불리는 다라비가 대표적이다. 면적이 2㎢가량에 불과한 다라비에는 100만여명이 몰려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라비의 주택들은 대개 화장실과 계단 없이 네모난 성냥갑을 붙여 놓은 것처럼 다닥다닥 배치됐다. 침실과 간단한 부엌만 갖춘 작은 집에는 7∼8명 이상이 몰려 산다.
인디아투데이에 따르면 다라비 주민들의 90%가 1천500여개의 공용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고,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갈 때는 대부분 사다리를 이용한다.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는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길도 좁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꿈도 꾸기 어려운 환경인 셈이다.
다라비 주민은 뭄바이 전역에서 기사, 가정부, 일용직 등 허드렛일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라비에서는 이미 1천200명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다. 다라비가 뭄바이 전체를 감염 재앙지로 몰고 갈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다라비 지역의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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