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탄핵 논란 가열…하원 제1당 "내주 요구서 제출"
좌파 노동자당, 탄핵 움직임 공식화…조기 대선도 주장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에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할 것으로 보인다.
좌파 노동자당(PT) 지도부는 15일(현지시간) 웹사이트를 통해 다음 주 중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요구서를 하원의장에게 공식적으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자당이 하원 최대정당이라는 점에서 다른 좌파-중도좌파 정당들과 보조를 맞추면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관측된다.
글레이지 호프만 노동자당 대표는 "보우소나루는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에 대응할 수 없고 브라질을 이끌 수 있는 조건도 능력도 없다"면서 "현 정부로는 더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당의 하원 원내대표인 에니우 베히 의원은 "국민은 죽어가는데 대통령은 무책임한 행동만 하고 있다"면서 "브라질 국민과 국민의 건강을 위해 탄핵 요구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자당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아내고 헌법 규정에 따라 조기에 대선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노동자당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좌파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도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초까지만 해도 탄핵 추진에 반대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하고 경제 위기가 가중하면서 생각을 바꿨다.
지난달 초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코로나19에 대한 안이한 대응과 주지사들과의 갈등, 법무부 장관 사임 등으로 정국 혼란이 가중하자 탄핵 추진을 지지했다.
지난달 말 인터뷰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무시하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막대한 피해를 내고 있다면서 "이제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소변을 통해 빠져나갈 거라고 말하는 것만 남았다"고 비난했다.
코로나19를 '가벼운 독감'으로 표현하고, 대규모 사회적 격리가 필요 없다고 말하고, 말라리아 치료제를 코로나19 환자에게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을 지적한 것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둘러싸고 주지사·시장들과 갈등을 빚는 데 대해서는 "대통령은 주지사·시장들과 싸울 게 아니라 지휘자가 돼야 한다"면서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경제 살리기와 고용 유지에도 실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정치권의 탄핵 압박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10일 자진 사임·탄핵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지지자에게 "2027년 1월 1일 대통령궁에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말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해 2026년 말까지 임기를 채운 뒤 2027년 1월 1일 차기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나서 물러나겠다는 의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최근 중도 성향 정당들과 접촉을 확대하면서 의회에 지지 기반을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탄핵 절차가 시작되더라도 표결을 통해 부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려면 하원에서 전체 의원 513명 가운데 3분의 2(342명) 이상, 상원에서 전체 의원 81명 가운데 3분의 2(54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하원에는 지금까지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요구서가 30여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헌법상 대통령 탄핵 절차를 시작할 것인지 여부는 하원의장의 결정에 달렸다.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은 탄핵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탄핵 요구서가 잇따라 접수되면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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