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미중 갈등 중에…WTO 사무총장 돌연 사임, 왜?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14일(현지시간) 급작스럽게 조기 사임 계획을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의 사임 발표는 전날까지도 스위스 제네바에 자리한 WTO 사무국 내부나 회원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그의 중도 사임 계획을 알리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WTO 사무국이 이날 급박하게 화상 대표단 회의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도 15일 화상 특별 총회가 예정된 상태에서 급하게 대표단 회의 일정을 연락받았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이처럼 아제베두 사무총장이 전격적으로 사임 계획을 발표했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여기 제네바에 있는 아내와 딸, 브라질에 있는 가족과 오랜 논의 끝에 결정을 내렸다"면서 "이것은 개인적인 결정이고 가족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행보를 위한 사임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임 발표 직후 블룸버그 통신과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도 고국인 브라질에서 정치 경력을 쌓기 위해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고 재차 밝혔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그러나 사임 시기에 대해서는 WTO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차기 사무총장 선거와 내년 6월 또는 연말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각료회의(MC12)가 겹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통상 WTO의 차기 사무총장 선거는 현 사무총장의 임기 만료 직전 해 12월에 후보 접수를 시작으로 이듬해 1∼3월 선거 운동, 4∼5월 선호도 조사 등의 단계를 거쳐 5월 말 내정자를 결정한다. 업무 시작은 9월 1일에 한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현재 상황으로는 MC12가 2021년 중반이나 그해 말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중반에 열릴 경우 선거 일정과 겹치게 돼 "MC12의 준비 작업에 부담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퇴 고려 시 타이밍에 대한 고려가 마음에 걸렸다"면서 "(차기 사무총장) 선발 과정을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할수록 더 좋다는 것이 내 결론"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일각에서는 그의 사임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봉쇄령을 내리면서 글로벌 교역이 멈춰서고 실업과 경기 침체가 현실화한 이때 세계 무역 질서를 관장하는 수장으로서 급작스러운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더욱이 봉합되는 듯 보였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코로나19 책임 공방을 빌미로 다시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몽니를 부리면서 WTO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분쟁 해결 기능도 마비된 상태다.
WTO에서 '대법원' 역할을 하는 상소 기구가 미국의 상소 위원 선임 반대로 지난해 12월부터 제구실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싱크 탱크 CEPII의 세바스티앙 장 대표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무역 시스템이 매우 불안정화하기 시작했다"면서 "(아제베두 사무총장의 사임 발표는) WTO에 매우 좋지 않은 때 나왔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제베두 사무총장이 8월 말 물러나겠다고 한 만큼 누가 그 자리를 이어받을지도 관심사다.
AFP 통신은 WTO 내부 출신과 아프리카 출신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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