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춘기' 실험으로 입증…호르몬 탓에 주인에 더 반항적"
영국 뉴캐슬대 연구…생후 6∼9개월 '사춘기 개' 덜 순종적"
"보호자와 유대감 낮으면 말썽 더 피워"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사람과 마찬가지로 개도 호르몬의 영향으로 예민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사춘기'를 겪는다는 연구 결과가 학술지에 실렸다.
영국 뉴캐슬대 연구진에 따르면 강아지도 청소년기에 보호자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일간 가디언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동 연구 저자인 루시 애셔 박사는 영국 왕립학회 학술지인 '생물학 회보'(Biology Letters)를 통해 강아지가 말을 듣지 않는 건 사람처럼 호르몬의 영향을 받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개에서 인간의 사춘기에 해당하는 시기, 즉 '개춘기'가 시작되는 생후 6개월에서 9개월 사이를 포함해 다양한 나이의 독일 셰퍼드와 골든리트리버, 래브라도리트리버 또는 이들 종간의 잡종견을 대상으로 "앉아"와 같은 명령에 얼마나 순종적인지를 관찰했다.
생후 5개월 강아지 82마리와 8개월 강아지 80마리를 비교한 결과, '청소년기'에 있는 8개월 강아지가 5개월 강아지보다 보호자의 명령을 덜 따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애셔 박사는 "생후 5개월 때보다 8개월 때 '앉아' 명령을 무시할 가능성이 거의 2배 가까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낯선 사람을 따르려는 경향은 오히려 증가했다.
실험에 참여한 생후 5~8개월 강아지 285마리는 이 시기에 보호자보다 덜 친숙한 훈련사들을 더 잘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셔 박사는 이 시기에 포유류 전체의 뇌 구조의 전면적 변화와 호르몬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특히 이 시기가 개의 행동과 어떤 관련이 있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애셔 박사는 또 "일반적으로 부모와의 관계가 불안정한 10대 청소년이 더 많은 갈등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개들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보호자와의 유대가 불안정한 강아지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말썽을 피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반려견을 혼자 두었을 때 몸을 떠는 것과 같은 분리불안 징후가 생후 8개월 전후로 증가했으며, 이 역시 청소년기와 관련이 있다고 부연했다.
또 암컷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보호자와의 애착 관계가 불안할수록 사춘기가 일찍 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반려견이 사춘기가 됐을 때 보호소로 데려가는 주인들의 수가 급증한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로 보호자들이 그들의 반려견을 보다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헝가리 외트뵈시 로란드대 클로디아 푸가차 박사는 이 시기에 대한 선행 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유의미한 결과라면서도 '부모 대 자식'과 '보호자 대 반려견' 관계의 유사성 등은 자세히 알 수 없다는 점을 이번 연구의 한계로 언급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세라-제인 블레이크모어 심리학 및 인지신경과학 박사는 이번 연구가 10대 청소년의 특징들이 꼭 인간만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며 흥미로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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