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지역 확진 급증…이주근로자 집단감염에 라마단 모임
사우디, 라마단 종료 연휴에 24시간 통행금지령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중동 걸프 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걸프 지역 6개국의 보건 당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이날 신규 확진자수는 5천611명으로 발병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카타르의 일일 신규 확진자가 1천526명으로 전날보다 38%(423명) 증가했고, 쿠웨이트가 991명, 아랍에미리트(UAE)가 783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3개국의 이날 일일 신규 확진자는 발병 이후 가장 많다.
누적 확진자가 가장 많은 사우디아라비아도 1천911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사우디는 최근 사흘 연속 신규 확진자가 1천900명을 넘었다.
카타르, 사우디의 이날 일일 신규 확진자는 누적 확진자가 11만여명인 이란(1천481명)보다도 많았다.
바레인과 오만을 포함한 걸프 지역 6개국의 누적 확진자수는 10만7천여명으로 2주 만에 배로 증가했다.
사우디를 제외하고 걸프 지역 국가의 인구가 1천만명 미만이어서 인구 대비 확진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전체 인구가 287만명인 카타르의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수는 8천729명으로 인구 10만명 이상 국가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다.
걸프 지역의 확진자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외국인 이주 근로자의 비율이 최고 90%에 달하는 독특한 인구 구조 때문이다.
상당수가 저소득층인 이들이 모여 사는 열악한 환경의 단체 숙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카타르 보건부는 이날 "외국인 이주 근로자의 상호 감염으로 12일 신규 확진자수가 최고치를 기록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우디 보건부도 이날 신규 확진자의 69%가 외국인이고 남성이 82%였다고 집계했다. 사우디 인구 가운데 외국인(38%)과 남성(58%)의 비율을 고려하면 편중된 수치다.
이는 외국인 이주 근로자 가운데 남성의 비율이 69%로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12일 쿠웨이트와 바레인의 신규 확진자 중 외국인은 각각 86%, 70%였다.
외국인의 집단 감염과 함께 걸프 지역 보건 당국은 내국인의 지역 사회 감염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재 쿠웨이트와 오만을 제외하면 지난달 24일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을 맞아 24시간 통행금지령을 완화한 뒤 소규모 집단 감염이 속속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슬람권에서 라마단에는 가족 모임이나 친지와 지인 방문, 무료 음식 자선, 단체 기도, 쇼핑 등이 활발하다.
바레인 보건부는 9일 라마단 저녁식사(이프타르)를 위해 일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감염자 한 사람에게서 16명이 코로나19에 전염됐다면서 모임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UAE에서는 라마단 저녁 기도(타라위)를 하러 모였다가 감염자가 나온 네 가족이 격리됐다.
사우디 보건부도 12일 "결혼 피로연, 장례식, 가족 식사 모임에서 감염자 수십명이 나왔다"라며 "통행금지가 완화됐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카타르 보건부도 이날 "가족 모임이나 친지 방문을 하다 감염자와 접촉돼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라며 "외출을 자제하고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지 않아 감염되는 사람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확진자가 급증하자 사우디는 라마단 종료를 축하하며 23일부터 닷새간 이어지는 명절(이드 알피트르) 연휴에 전국적으로 24시간 통행금지령을 다시 내리기로 했다.
공격적인 감염 검사도 걸프 지역의 확진자 급증세에 또다른 원인이다.
세계에서 인구 100만명당 검사 건수가 두 번째로 많은 UAE(15만여건)를 비롯해 6개국 모두 외국인 이주 근로자 단체 거주지를 중심으로 '추적·검사·치료'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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