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선 외국인 '바이 코리아'…올들어 17조원 늘려
주로 국부펀드나 중앙은행 자금 추정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외국인이 주식과 달리 국내 채권은 지속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하는 외국인 유가증권 투자동향 통계를 보면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상장채권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140조9천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4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작년 말(123조9천억원)보다 17조원 정도 늘어난 규모다.
코로나19로 국제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던 3월과 4월에도 각각 7조4천억원, 9조3천억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3월 12조5천억원, 4월 4조1천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해 '셀 코리아'를 지속한 것과 대비된다.
다른 신흥국에선 주식은 물론 채권투자 자금도 빠져나갔지만 한국 채권은 달랐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신흥국 채권펀드에서 올해 1∼4월 약 410억달러(약 50조원)의 자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 직후인 2008년 10∼12월엔 국내 채권시장도 외국인 자금유출에 무사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평가가 달라진 것이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을 사들이고 있는 배경은 재정 건전성과 같은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양호한 반면 금리 매력도는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채권을 매수하는 외국인은 주로 국부펀드나 중앙은행 등의 공공자금"이라며 "이들은 경제 펀더멘털과 신용등급을 중요시하는데, 한국 국채는 신용등급이 상당히 높은 반면 금리는 주요국 채권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평가 기준 AA로,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과 같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가진 채무의 건전성은 규모와 증가 속도, 현금흐름, 상환능력 등을 고려할 때 안정도가 높다"며 "또한 동일 신용등급 혹은 A급 국채시장에서 절대 금리가 높은 축에 들어간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 부채 증가에 따라 외국인 채권자금이 이탈할 것이란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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