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인도 등 남아시아 '봉쇄령' 완화
인도 주류 판매점 긴 줄…파키스탄·방글라도 완화 결정
코로나19 감염자 폭증 우려하면서도 '경제 회복'에 초점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국가들이 '봉쇄령' 일부 완화에 나섰다.
한 달 이상 봉쇄가 계속되면서 경제 파탄과 민심 폭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5일 현지 매체와 외신들에 따르면 인도는 전날부터 지역과 관계없이 33%의 수용력을 조건으로 민간 사무소의 문을 열도록 허용했다.
지난 3월 25일부터 외출 금지 등 엄격한 봉쇄령을 발령한 지 40일 만이다.
인도 정부는 감염자 수에 따라 각 지역을 적색, 오렌지, 녹색 구역으로 구분한 뒤 오렌지 구역에서는 택시에 두 명씩 탈 수 있도록 하고, 녹색 구역에서는 최대 50% 탑승을 조건으로 버스 운행을 허용했다.
특히 주류 판매점의 문을 다시 열자 수백 명이 술을 사겠다고 긴 줄을 만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남부 델리 주민 야다브는 "주류 판매점이 오전 10시 30분에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8시 30분부터 가게 앞에 줄을 섰다"며 "코로나가 위험한 것은 알지만, 인생을 즐기는 것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들뜬 표정을 보였다.
주류 판매점에 인파가 너무 몰리고 새치기로 싸움까지 발생하자 경찰이 곤봉을 휘두르며 질서 유지에 나섰다.
인도 정부가 봉쇄령을 전면 해제할 때까지 각 주를 넘나드는 이동은 금지되고, 학교·호텔·식당·술집·쇼핑몰·영화관·예배당은 계속 문을 닫는다.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만2천836명, 사망자는 1천389명이다.
이웃 나라 파키스탄도 6주간 지속한 봉쇄조치를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정부가 앞으로 코로나19 관련 봉쇄를 점진적으로 완화하기로 결정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칸 총리는 국회의원들과 만나 "안전기반 표준운영절차(SOP)는 경제활동을 재개하되,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모든 부문을 대상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만1천44명, 사망자는 476명이다.
방글라데시는 지난달 26일부터 산업 주력인 의류 공장 가동을 단계적으로 허용한 데 이어 하루 6시간씩 상점 운영을 재개한다고 전날 발표했다.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성명을 통해 "23일로 예정된 이둘피트리를 앞두고 상점 운영을 허용하기로 했다"며 "상점들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보건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글라데시는 국교가 이슬람교이다. 이슬람 신자들은 한 달 간 해가 떠 있을 때 금식하는 라마단 종료와 함께 이둘피트리라는 성대한 축제를 즐긴다.
방글라데시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143명, 사망자는 182명으로 집계됐다.
베트남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봉쇄령을 완화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달 23일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원칙적으로 해제하고 식당 등 일부 서비스 업종의 영업을 허용했다.
태국은 이달 3일부터 식당·시장·골프장·미용실 등 영업을 재개했고, 주류 판매도 다시 허용했다.
말레이시아 역시 4일부터 쇼핑몰 등 대부분의 경제 활동을 재개하도록 허용했다.
대신, 건설 현장과 공장, 식당 등 모든 분야의 외국인 근로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했다.
봉쇄령을 완화한 국가들은 코로나19 감염자 폭증이 발생할까 우려하면서도 '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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