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73주년 헌법기념일에 "개헌 결의 흔들림 없어"
코로나19 '긴급사태' 활용한 개헌 추진 의지 피력
일본국민 1만958명 '개헌 반대·아베 퇴진' 의견광고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3일 제73주년 헌법기념일을 맞아 개헌 논의가 제대로 진전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 입장을 밝히고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자신의 결의에는 흔들림이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활용해 개헌 동력을 살리고 싶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집권 자민당 총재인 아베 총리는 이날 '아름다운 일본 헌법을 만드는 국민모임'(국민모임)이 주최한 헌법 포럼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애초 올해 개정 헌법을 시행하고자 했던 목표 실현에는 이르지 못했다면서 "개헌 결의에 흔들림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보수단체인 '일본회의'가 후원하고 극우 언론인인 사쿠라이 요시코(櫻井よしこ)가 대표를 맡고 있는 '국민 모임' 이 2017년 개최했던 헌법기념일 행사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2020년 개정 헌법 시행'과 '헌법 9조에의 자위대 명기'를 제창했었다.
일본이 패전한 태평양전쟁 후인 1947년 5월 3일 발효한 현행 일본 헌법(9조 1, 2항)은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육해공군 전력을 갖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아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아베 총리는 이 조항을 그대로 둔 채 사실상의 군대 역할을 하는 자위대 근거 조항을 넣는 개헌을 추진해 왔지만, 국민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야당들도 반대해 진전을 보지 못했다.
아베 총리는 올해 '국민모임'에 보낸 메시지에서 현행 헌법을 제정한 지 70여년이 흘렀다면서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은 개정해 나가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등의 긴급사태가 발생할 경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가와 국민 각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헌법에 반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코로나19 문제를 개헌 동력으로 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이 제시해 놓은 개헌 4개 항목에 긴급사태 조항 신설이 포함돼 있는 점을 거론하면서 "우선 국회 헌법심사회에서 차분하게 논의를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아베 총리는 그간 주장해온 자위대의 헌법 9조 명기에 대해선 "자위대가 위헌이라는 이상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라도 헌법상에 명확하게 자리매김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존 헌법을 수호하려는 일본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조직인 '시민의견광고운동'은 올해에도 헌법기념일을 맞아 요미우리신문 등 주요 일간지에 개헌 추진에 반대하는 의견 광고를 게재했다.
이 단체는 1만958명이 참여한 올해 광고를 통해선 아베 정권이 코로나19 사태를 이용해 개헌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을 지적하고 향후 선거에서 헌법을 지키는 정치가에게 투표해 아베 정권을 확실하게 퇴진시키자고 호소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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