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소프, 태양계 지나가며 올림픽 수영장 92개 분량 물 잃어
스위프트 위성으로 수산기 자외선 측정…절정 때 초당 30ℓ 증발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혜성은 먼지와 가스가 뒤섞인 얼음덩어리로 '지저분한 눈덩이'(dirty snowball)로도 불린다. 태양에 가까이 다가가면 이 얼음 물질이 태양 빛에 녹아 증발한다.
지난해 말 태양계를 찾아온 외계 혜성 '보리소프'(2I/Borisov)도 올림픽 규격 수영장 92개 분량의 물을 쏟아내고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 우주 비행센터에 따르면 홍콩대학 박사과정 대학원생 싱저시가 이끄는 연구팀은 신속한 반응 속도로 감마선 폭발을 관측하기 위해 띄운 '닐 게렐스 스위프트 위성'을 이용해 보리소프를 관측한 결과를 '천체물리학 저널 회보'(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 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스위프트의 자외선/광학 망원경(UVOT)으로 보리소프 혜성을 관측했다.
지난해 8월 30일 아마추어 천문가에게 처음 발견된 보리소프는 태양에 3억7천만㎞가량 접근한 때부터 태양빛에 얼음이 녹아 물이 증발하기 시작했으며 연구팀은 자외선을 이용해 물 증발량의 변화를 추적했다.
<YNAPHOTO path='AKR20200428155500009_02_i.jpg' id='AKR20200428155500009_0301' title='보리소프 혜성에서 물이 증발하는 상상도 ' caption='[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제공 동영상 캡처] '/>
태양 빛이 물(H₂O)을 분해하면 산소와 수소 원자가 하나씩 결합한 수산기(OH)가 나오는데 스위프트는 UVOT로 수산기가 방출하는 자외선을 포착해 얼마나 많은 물이 증발하는지를 파악했다. 자외선은 지구 대기권에서 대부분 흡수돼 수산기의 양을 반영한 자외선을 측정하려면 스위프트 같은 우주망원경을 활용해야 한다.
연구팀은 수산기의 양이 11월 1일부터 12월 1일 사이에 이전보다 50%가량 증가한 것을 관측했다. 12월 1일은 보리소프가 근일점 도착을 7일 앞두고 있던 시점이다.
연구팀은 보리소프 혜성이 태양계를 돌아 나가면서 절정기에 초당 30ℓ, 전체적으로는 2억3천만ℓ의 물을 잃은 것으로 추산했다. 이 물의 양이 올림픽 규격 수영장 92개를 채울 수 있는 분량이라는 것이다.
보리소프는 태양에서 멀어지면서 물의 증발이 태양계의 일반 혜성에 비해 빨리 멈춘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혜성 표면의 침식이나 회전율 변화, 파편화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허블 우주망원경 등을 통한 관측에서는 보리소프의 일부가 잘려 나간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연구팀은 스위프트로 측정한 물 증발량을 토대로 보리소프의 최소 크기가 0.74㎞인 것으로 추산했다. 또 표면의 55% 이상에서 태양에 근접했을 때 얼음 물질을 활발하게 증발한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는 태양계 혜성에서 관측된 것보다 적어도 10배 이상 많은 것이다.
보리소프 혜성은 태양계 혜성과 마찬가지로 태양에 근접할수록 더 많은 양의 물이 증발하고, 화학적 구성이나 성분에서도 태양계 혜성과 비슷한 측면을 갖고는 있지만 특정 혜성군에 포함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지적됐다.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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