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빗장' 조금씩 푸는 남아시아…코로나19 확산 우려는 커져
인도·파키스탄·방글라, 경제활동 일부 허용…스리랑카는 통금 완화
경제 타격 커지자 제한 풀어…"감염자 폭증 계기될 수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 봉쇄 조치를 발동 중인 남아시아 각국이 조금씩 '통제 빗장'을 풀고 있다.
계속되는 봉쇄로 인해 경제가 '올스톱'되고 민생이 최악의 상황에 부닥치자 일부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 인프라가 열악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한 인식이 낮은 남아시아에서 봉쇄가 느슨해질 경우 이를 계기로 확진자가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 주요 국가는 최근 잇따라 봉쇄 완화 조치를 내놓고 있다.
다음 달 3일까지 '40일간의 국가 봉쇄령'을 발동 중인 인도는 동네 상점의 영업을 조건부로 허용하기로 했다.
인도 정부는 농촌 지역 상점은 모두 문을 열도록 했고, 도시에서는 쇼핑몰 외 독립된 상점과 주거지역 상점의 문을 열 수 있게 했다.
정부는 앞서 이달 20일부터는 농·축산업, 농촌 및 특별경제 지역 산업시설, 건설, 전기·배관공 등의 분야 활동을 일부 허용했다.
지금까지 봉쇄 기간에는 학교, 교통 서비스, 상업·산업시설이 모두 폐쇄됐고 주민 외출마저 엄격히 제한됐다.
인도에는 26일 오전 10시까지 2만6천496명(사망자 824명)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다. 발병 이후 일일 최다인 1천990명(전날 같은 시간 대비)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등 확산세는 계속되는 분위기다.
파키스탄도 다음 달 9일까지 국가 봉쇄 조치를 연장하면서 일부 산업·상업 활동에 대한 제약을 풀었다.
특히 24일부터 시작된 라마단을 계기로 모스크(이슬람 사원) 집단 예배를 허용했다.
이슬람력으로 9월을 뜻하는 라마단 때는 30일간 일출부터 일몰까지 금식해야 하고, 이를 준수하는 것은 무슬림의 5대 종교적 의무 중 하나다.
다만, 주간 금식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야간에는 마치 명절처럼 모임과 소비가 활발하다. 현지에서는 라마단 기간에 예배까지 허용되면서 바이러스 감염이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현지 의학협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예배 제한 방침을 유지하라고 정부에 강력하게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중앙 정부의 방침과는 상관없이 남부 신드주는 라마단 기간 모스크 대부분을 폐쇄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 없이 봉쇄 조치를 풀 경우 코로나19 확산이 폭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파키스탄에는 26일 오전까지 1만2천723명(사망자 269명)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나왔다.
방글라데시는 26일부터 산업의 주력인 의류 공장 가동을 단계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현지 의류 산업은 종업원이 400만명 이상이고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나 된다. 전체 수출 산업 규모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유럽 등의 업체가 주문을 대거 취소한 바람에 큰 타격을 입었다.
방글라데시는 임시 공휴일 지정을 통해 주민의 이동과 외출을 일부 통제하고 있다. 현지 공휴일은 다음 달 5일까지 이어진다.
방글라데시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4천998명(사망자 140명)이다.
스리랑카는 일부 지역의 주간 통행 금지령을 풀었다.
수도 콜롬보 등 주요 지역에 대한 통행 금지령을 다음 달 4일까지 연장하는 대신 다른 대부분의 지역에 대한 제한은 완화한 것이다.
다음 달 4일부터는 콜롬보 지역 등의 기업 가동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스리랑카에서는 26일 오전 현재 460명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다.
한편, 49명의 누적 확진자가 나온 네팔은 다음 달 15일까지 국내·국제선 운항 중단 조치를 이어가기로 했다.
네팔 정부는 이와 함께 27일로 끝나는 국가 봉쇄 조치도 연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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