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뉴트렌드] 일상이 된 '비대면'…안보고, 안가고 쇼핑한다
고가의 명품·가구까지 온라인 구입…돌풍 일으킨 '드라이브 스루'
오프라인 유통업계 '라이브 커머스'로 생존경쟁…온라인쇼핑은 폭풍 성장
[※ 편집자 주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은 국민들의 행동반경을 크게 좁혔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전례 없는 감염 억제 노력을 실천해야 하지만 모두가 은둔형 일상에 빠져든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보통신기술(ICT)이 안방까지 밀려 들어오며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이에 미래를 가늠케 한 지난 석 달의 생활상 변화를 살펴보는 기획 기사 3꼭지를 24일부터 사흘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이신영 김보경 기자 = "롯데백화점 강남점 매장, 제가 여러분 대신 구경해드릴게요. 이쪽에 보시면 프라다 다양한 제품들 볼 수 있고요."(진행자)
"색상이 약간 핑크인가요?"(고객)
"색상, 이렇게 비교해드릴게요. 얘는 좀 더 핑크고 얘는 우리 립스틱 바를 때 베이스로 까는 핑크가 아니라 약간 누드 베이지 같은 색이에요."(진행자)
진행자가 백화점 매장에서 파는 제품을 설명해주고 핸드백 '착용 샷'도 보여주는 이 장면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라이브가 아니라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라이브 커머스 '100LIVE'에 등장한다.
소비자들은 백화점 매장을 직접 찾는 대신 엘롯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품을 구경하고 바로 구매도 할 수 있다.
홈쇼핑과 비슷하지만 채팅 창으로 원하는 제품을 더 자세하게 보여달라고 요청하면서 곧바로 소통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첫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석 달째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 보이지 않는 차단막…고가 명품·가구도 비대면으로 구입 = 달라진 소비 패턴의 핵심 열쇳말은 '비대면'(언택트.untact)이다.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고 이뤄지는 비대면 소비는 이미 수년 전부터 등장하던 흐름이었지만, 코로나19를 만나며 급물살로 바뀌었다.
거래 양상도 무인 키오스크나 서빙 로봇 도입, 무인 편의점 등의 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훨씬 과감해지고 있다.
혹시나 모를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대면 접촉이 불가피한 오프라인 매장과 거리를 두고, 대거 온라인 쇼핑 공간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의류와 화장품은 물론 가능한 한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하던 고가의 명품이나 가구까지 이제는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의류업체 한섬의 대표 브랜드인 타임의 1분기 온라인 판매는 58% 급증했고, 신세계백화점에서는 2월 온라인 가전 매출이 24.95%, 침대는 147.7% 증가한 것으로 24일 파악됐다.
대형마트를 찾아 먹거리를 직접 맛보거나, 상태를 살펴보는 것은 갈수록 고전적인 장보기 기법으로 밀려나고 있다.
온라인몰에서 새벽 배송으로 식료품을 사는 것은 물론 간식이 필요할 때도 집 앞 편의점으로 가지 않고 스마트폰의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여는 사람들이 많다.
상품이나 음식을 배송하는 택배회사 배달 기사의 임무는 이제 소비자의 주소지 문밖에서 벨을 누르는 데서 끝난다.
택배회사들 역시 고객에게 물건을 직접 전달하기보다는 수령지 문 앞에 물건을 놓고 가는 비대면 배송을 기본으로 하기 시작했다.
◇ 온라인몰 성장 가속화…살길 모색하는 백화점 = 이런 변화에 온라인 쇼핑 시장은 어느 때보다 급격하게 몸집이 불어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주요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3% 급증했다.
전체 유통업 매출 중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49%까지 올라섰다.
오늘 주문한 제품을 내일 가져다주는 '로켓 배송'을 앞세운 쿠팡은 코로나19 이후 하루 출고량이 300만건을 넘어서기도 했다. 쿠팡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경쟁이 치열한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하게 각인시켜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새벽 배송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마켓컬리와 SSG닷컴도 호황을 맞았다.
반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7.5% 내려앉았다.
소비 패러다임이 변하자 오프라인 업체들도 저마다 살길을 모색하고 나섰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쇼핑의 무게 중심이 옮겨가던 상황에 코로나19가 가속을 붙인 셈이다.
콧대 높던 백화점들은 이제 '라이브 커머스'를 속속 도입하며 체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물론 현대백화점도 네이버와 손잡고 백화점 매장 상품을 실시간 영상으로 보여주고 판매하는 '백화점 윈도 라이브'를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도 모바일앱에서 백화점 매장 직원이 직접 제품 착용 사진을 올리고 일대일 상담도 해주는 '지금 매장에서'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자체개발 가정간편식 상품을 개발자가 직접 소개하는 V커머스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라이브 커머스'는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달 7일 롯데아울렛 파주점이 네이버와 협업해 선보인 '아디다스 창고 털기'는 2억4천만원어치의 판매고를 올리며 미래형 쇼핑의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 드라이브 스루 전방위 확산…의류·화장품도 당일 배송 서비스 =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 전문점에서 볼 수 있었던 승차 구매(드라이브 스루)는 다양한 음식에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고급 식당으로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롯데호텔은 전화로 주문받은 일식당과 베이커리 메뉴를 호텔 정문에서 차를 탄 고객에게 넘겨주는 드라이브 스루 상품을 내놓았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아예 판매 중개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전에 회를 주문받아 드라이브 스루로 고객에게 전달한다.
드라이브 스루의 원조 격인 한국맥도날드의 '맥드라이브'는 코로나19 이후 매출과 이용 빈도 면에서 모두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제는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까지 뛰어들어 지역 특산물 판매에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하고 있다.
비대면 소비 증가는 배송 서비스 경쟁에 불을 붙였다. 고객이 더 편하게 느끼는 서비스를 도입하고 더 빨리 상품을 전달하는 게 핵심이다.
편의점 CU는 배달 앱을 통한 24시간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다음 달부터는 커피 배달을 시험적으로 해보기로 했다.
GS25는 어버이날을 앞두고 카네이션을 원하는 장소로 배송해주기로 했고 세븐일레븐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판매하는 생선회를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화장품 업계와 의류 업계도 배송 서비스 차별화에 힘을 쏟고 있다.
로라메르시에 등 일부 화장품 브랜드는 매장을 찾지 않고 전화로 주문하면 당일에 제품을 가져다주는 '홈 딜리버리 서비스'를 도입했고 패션기업 한세엠케이와 한세드림도 온라인으로 주문한 옷을 당일에 배송해주기 시작했다.
이런 비대면 흐름은 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은 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이런 비대면 소비 흐름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방역의 일상화는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언택트 소비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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