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페론 투여하면 신종 코로나 감염증 악화할 수 있다"
세포의 ACE2 생성 유전자 자극, 감염 촉진하는 작용도
미 보스턴 아동병원·MIT 공동연구, 저널 '셀'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인터페론은 바이러스 억제 작용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치료하는 후보 약물로서 인터페론 제제에 대한 임상 시험도 진행 중이다.
이런 인터페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의 세포 침입을 오히려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터페론이 ACE2 수용체의 생성 코드를 가진 유전자를 자극해 활성도를 높인다는 게 요지다. ACE2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포에 들어갈 때 결합하는 세포 표면 수용체다.
쉽게 말하면 인터페론이 세포의 ACE2 수위를 높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더 빨리 진행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보스턴 아동병원의 호세 오르도바스-몬타네스 박사와 MIT(매사추세츠 공대)의 알렉스 K. 살레크 박사는 이런 내용의 공동연구 논문을 22일 저널 '셀(Cell)'에 발표했다.
이런 사실은, 인체 내 호흡계와 장에서 어떤 세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오르도바스-몬타네스 박사는 "ACE2는 다양한 유형의 진행성 폐 손상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라면서 "하지만 ACE2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표적이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ACE2의 정상 반응을 이용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투여 주기와 양에 따라 인터페론은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내는 게 사실"이라면서 "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추가 감염을 촉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말했다.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나타나는 '사이토카인 폭풍'도, 인터페론으로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데 실패한 데 따른 결과라는 게 연구팀의 견해다. 인터페론으로 안 되니까 폭발적인 염증 반응이 뒤따라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선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특별히 취약한 호흡계와 장의 세포 유형도 밝혀졌다.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의 세포에 들어갈 때 ACE2 수용체와 결합한 뒤 TMPRSS2 효소의 도움을 받는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래서 ACE2와 TMPRSS2가 동시에 발현하는 세포를 '단일 세포 RNA 시퀀싱(염기서열 분석)' 기술로 검사했다.
이렇게 가려낸 세포는, 점액을 분히는 코의 배상세포(goblet cell), 허파꽈리 유지를 돕는 폐의 2형 허파꽈리 세포(type II pneumocyte), 영양분 흡수에 관여하는 소장의 내막 상피세포(enterocyte) 등 3개 유형이다.
하지만 이런 세포는 그리 많지 않아 전체 세포의 10%에도 크게 미달했다.
오르도바스-몬타네스 박사는 "어떤 세포가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되는지 알고 나면 그런 세포가 어떤 생리 작용을 하고, 그런 세포 안에 바이러스의 생명 주기에 중요한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파고들게 된다"라면서 "연구 결과는 현존하는 약제 가운데 어떤 것이 그런 세포 작용에 맞는지를 가려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혈압 치료에 쓰이는 ACE 억제제가 코로나19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통상적으로 ACE 억제제는 고혈압 환자에 사용되지만, 지금은 중증 코로나19와 연관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ACE와 ACE2는 동일한 분자 경로에 작용하는 단백질이지만, 그 생화학 특성은 서로 다르다고 한다.
오르도바스-몬타네스 박사는 "복잡한 생리 과정이긴 하나, ACE 억제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생리 반응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