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단키트 구입한 주지사에 뿔난 트럼프 "그럴 필요 없었다"
어렵게 키트 구한 '한국사위' 주지사에 "돈낭비, 이해력 떨어져" 비난
자신 공격한 인터뷰와 연방정부 노력 퇴색에 불만인 듯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 필요한 진단 키트를 한국에서 구매한 메릴랜드 주지사를 향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메릴랜드 주지사가 같은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자신의 코로나19 대응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한국에서 키트를 사들여 연방정부의 검사능력 확대 노력을 퇴색시킨다는 언짢음이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계 부인을 둬 '한국 사위'로 불리는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지난 18일 50만건의 검사가 가능한 진단키트를 한국에서 공수해 확보했다. 지금까지 검사 건수가 7만건 정도인 주 입장에서는 검사 능력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연방정부의 검사 능력 확충과 주정부 지원을 한참 강조하는 와중에 메릴랜드의 한국산 검사 키트 확보가 화제로 떠올랐다.
한 기자는 브렛 지로어 보건복지부 차관보를 향해 "충분한 검사가 가능한데 메릴랜드 주지사는 왜 한국에서 키트를 가져왔느냐"고 물었다.
지로어 차관보는 "메릴랜드 주지사가 한국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며 "그러나 (미국에는) 매일 초과 검사능력이 있다"고 답했다.
이 기자가 "메릴랜드주는 충분한 키트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고 재차 묻자 "가장 심하게 타격받은 주들은 한국을 훨씬 초과하는 검사를 하고 있다"고 엉뚱한 대답을 했다.
이번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나서서 "알아보겠다. 언제 한국에서 주문했는지 알지 못하고, 그나 의료 담당 공무원을 시기하지 않겠다"며 연방 정부도 검사 시설 개방 등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회견 전 주지사들과 화상 회의를 했지만 호건 주지사의 한국 검사키트 확보는 전해 듣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이 끼어들어 호건 주지사가 펜스 부통령에게 먼저 연락했더라면 검사키트 확보에 필요한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연방정부가 마련한 대책을 따랐더라면 비용을 아낄 수 있었을 거란 취지다.
이에 기자가 "호건 주지사가 한국을 접촉할 필요가 없었다는 말이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다. 그가 그럴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가 약간의 지식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꼬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가 코로나19 추가 검사를 할 5천개의 연구실 리스트를 주 정부에 제공했다며 "일례로 메릴랜드 주지사 같은 일부 주지사는 정말로 리스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뭐가 일어나고 있는지 잘 이해 못 했다"고 호건 주지사를 비판했다.
호건 주지사는 이후 CNN에 출연해 "대통령이 뭘 언급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무엇이 일어나는지 꽤 잘 이해하고 있고, 그의 팀이 제공한 정보에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판을 주고받고 싶진 않다며 확전은 피했다.
주지사연합 회장인 호건 주지사는 지난 19일 한 방송에 출연해 미국의 검사 능력이 충분하고 주지사들이 임무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절대적인 거짓"이라고 원색적으로 반박한 바 있다.
그는 이날 한국의 검사 키트 확보 관련 회견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주 정부가 나가서 스스로 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분명히 했다"며 정부 지침을 따른 행위였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호건 주지사의 한국 키트 구매는 브리핑에 참석한 당국자들의 허를 찌른 것 같았다"고 말했고, 인터넷 매체 복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호건이 한국에서 검사 키트를 사고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을 공격해 화가 났다"고 표현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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