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염물·벌레' 속출 임신부 마스크 배포 중단(종합)
일주일 만에 불량품 8천장 육박…배포 중단하고 원인 조사
5천억원 투입 천 마스크도 비판…대만 기증 마스크 200만장 도착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임신부를 위해 공급한 마스크에서 불량품이 속출하자 결국 배포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2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이달 14일부터 임신부를 위해 50만장 규모로 전국에 배포하고 있는 천 마스크에서 오염물이 묻어 있거나 벌레가 나오는 등의 문제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
마스크가 변색했거나 머리칼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임신부용 마스크 배포를 일시 중단하고 원인을 조사할 뜻을 밝혔다.
NHK에 따르면 가토 후생노동상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이날 오전 기준 불량 마스크는 143개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7천870장에 달했다고 설명하고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시초손(市町村·기초지자체)이 배포하려고 하던 중에 벌어진 것이니 우선 중단하고 문제가 있는 것을 조속히 회수해 분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후생노동성은 임신부용 마스크는 모두 외국에서 생산된 것이라며 가구당 2장씩 배포하고 있는 천 마스크나 개호(介護·환자나 노약자 등을 곁에서 돌보는 것) 시설에 배포하고 있는 마스크와 관련해서는 불량품이라는 신고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임신부용 마스크 불량품 문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앞장서 밀어붙인 천 마스크 배포 사업과 더불어 마스크 부족에 대응하는 일본 정부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소재가 되고 있다.
5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전국에 모든 가구에 2장씩 배포되는 천 마스크는 '아베노마스크'(アベノマスク·아베의 마스크)라는 비아냥거림을 당하고 있다.
요양시설과 복지시설 등에서 먼저 마스크를 받은 이들은 '마스크가 작아서 말할 때 끈이 풀어진다', '귀가 아프다', '빨면 줄어든다'는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16일 보도한 바 있다.
일본 언론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요양시설 등에 배포된 천 마스크와 임신부용, 그리고 전국 가구 배포용은 모두 비슷한 제품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 17일부터 전국 모든 가구에 천 마스크 2장씩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가 마스크와 관련해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가운데 대만이 국제 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기증한 마스크 200만장이 이날 화물기에 실려 일본 나리타(成田)공항에 도착했다.
일본 측은 이 마스크를 전국 공립병원이나 특별지원학교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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