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위기 넘긴 네타냐후…부패혐의는 여전히 부담
코로나19 대응으로 지지도 상승…재판결과 따라 다시 고비 맞을 수도
(카이로=연합)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의 보수 강경파 지도자 베냐민 네타냐후(70)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국에서 웃었다.
집권 리쿠드당을 이끄는 네타냐후 총리와 중도 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의 베니 간츠(60) 대표는 20일(현지시간) 저녁 코로나19 사태에서 '비상 내각' 구성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먼저 총리직을 18개월 맡으면서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총 재임기간 14년 1개월)로서 기록을 계속 경신할 수 있게 됐다.
네타냐후 총리가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코로나19 사태가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가 '블랙홀'처럼 다른 현안들을 빨아들인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1년 넘게 이어진 정국 혼란을 멈추고 '비상 내각' 구성을 요구하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총선이 끝난 뒤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의 협상을 중재하며 연립정부 구성을 압박했다.
또 간츠 대표는 코로나19를 명분으로 범죄 혐의로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와 손을 잡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꿨다.
네타냐후 총리도 코로나19 사태에 강력히 대응하며 안정적인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이스라엘에서 코로나19가 퍼지면서 20일 저녁까지 확진자가 1만3천654명으로 집계됐지만, 네타냐후 총리와 집권 리쿠드당의 지지도는 최근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TV방송 채널12가 지난 1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이스라엘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총선을 다시 실시할 경우 리쿠드당이 차지할 의석이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의석 120석 중 40석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총선을 계기로 확보한 36석보다 4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9일 입국하는 모든 사람에 대한 자가격리를 발표하는 등 고강도 조처를 해왔다.
여기에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는 3월 중순부터 휴대전화 정보로 코로나19 감염자의 위치 추적을 하고 있다.
이런 조치들은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부패 혐의 재판도 미룰 수 있었다.
이스라엘 법무부가 코로나19를 이유로 법원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당초 지난 3월 17일 열릴 예정이었던 네타냐후 총리의 첫 재판도 5월 24일 이후로 두 달이나 연기됐다.
다만, 실각 위기를 넘긴 네타냐후 총리에게 비리 논란은 여전히 부담될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가 재판에서 징역형 등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자칫 정치 인생을 마무리해야 하는 고비를 맞을 수 있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작년 11월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이스라엘의 현직 총리가 검찰에 기소되기는 처음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아논 밀천 등으로부터 수년간 '돔 페리뇽' 등 고급 샴페인과 '파르타가스' 쿠바산 시가 등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스라엘 최대판매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발행인과 막후 거래를 통해 우호적인 기사를 대가로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려고 한 혐의도 받는다.
이스라엘 야권은 네타냐후 총리의 도덕성을 문제 삼으며 비판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지난 19일 이스라엘의 지중해 도시 텔아비브에서 열린 시위에서 야이르 라피드 의원 등 중도좌파 정치인들과 시민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자신의 재판을 연기하고 장기 집권을 노린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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