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코로나19 대응 '갈등' 보건장관 전격 교체
"전시에 장수를 바꿔?" 주요 도시서 대통령 퇴진촉구 냄비 시위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방안을 두고 자신과 갈등을 빚어온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 보건부 장관을 16일(현지시간) 교체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리아에서 만데타를 면담했으며, 이 자리에서 해임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임에는 종양 전문의로 알려진 네우손 루이스 스페를리 타이시가 임명됐다.
타이시는 2018년 대선 당시 보우소나루 진영에서 비공식 자문 역할을 했으며, 지난해 보우소나루 정권이 출범할 때도 입각 소문이 나돈 바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만데타 전 장관 해임을 '합의 이혼'으로 표현하면서 코로나19 대응에 관한 의견 충돌을 교체 결정 배경으로 설명했다.
정치권과 언론은 사회적 격리 조치와 말라리아 치료제 사용 문제, 여론 평가 등을 교체 요인으로 들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고령자와 기저 질환자 등 고위험군만 격리하고 일반인들은 일터로 복귀해 경제를 회생시켜야 한다는 이른바 '제한적 격리'를 주장했다.
그러나 만데타 전 장관은 대규모 사회적 격리 외에 대안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두 사람은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계열의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약하는 문제를 두고도 갈등을 빚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만데타 전 장관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악화한 것도 장관 교체를 결심한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이뤄진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의 조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코로나19 위기 대응 방식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 33%·부정적 39%·보통 25%로 나왔다.
만데타 전 장관과 주지사들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각각 76%와 58%로 나온 것과 비교된다.
코로나19 대응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가 된다는 답변은 51%에 달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독단적인 스타일로 미루어 만데타 전 장관에 대한 여론의 호평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보건부 장관 교체 사실이 알려지자 상파울루를 비롯한 전국의 대도시에서는 냄비나 프라이팬, 주전자 등을 두드리며 항의하는 냄비 시위가 벌어졌다.
보우소나루 퇴진을 촉구하는 냄비 시위는 지난달 17일부터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보건부 장관을 교체하면서 방역 정책에 혼선이 우려되고 있다.
앞서 만데타 교체설이 흘러나왔을 때 보우소나루 대통령 자신이 "전쟁 중에는 장수를 교체하지 않는 법"이라고 한 발언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어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보건 전문가들은 브라질에서 코로나19 사태가 4월 중 1차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5∼6월까지 확산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부 장관 교체를 계기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에서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타이시 새 장관은 "보건과 경제는 상반되는 게 아니다"라면서 "나와 대통령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해 경제 회생을 강조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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