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2차 지역의견 청취…이의·반발 봇물
경산성 부대신 " 언제까지나 결론을 미룰 수 없는 상황"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경제산업성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13일 원전 오염수 처분 방식과 관련해 지역 인사들의 의견을 듣는 2번째 행사를 후쿠시마에서 열었다.
NHK와 교도통신에 따르면 지난 6일에 이어 1주일 만에 열린 이날 행사에는 원전 주변 지역 대표들이 참여해 오염수 방출로 인한 피해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지난 6일의 첫 의견 청취 행사에는 우치보리 마사오(內堀雅雄) 후쿠시마현 지사와 어업·관광업 조합 대표 등이 참석했었다.
NHK는 전날 행사에서도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오염수 처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이 잇따랐다고 전했다.
후쿠시마 원전이 있는 후타바(雙葉) 마을의 이자와 시로 촌장은 "처리수(오염수)는 녹아내린 핵연료에 닿은 물이어서 정부가 안전하다고 일방적으로 얘기해도 불안은 없어지지 않는다"며 정확한 정보를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전 부지가 후타바 마을과 함께 걸쳐 있는 오쿠마(大熊) 마을의 대표는 "생업을 더 이상 침해당하고는 고향에서 살 수가 없다"면서 피해를 막을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가와우치(川?) 마을의 엔도 유코 촌장 등 일부 주민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국민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행사를 여는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에 국내외 관심이 집중한 틈을 활용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한 셈이다.
이와 관련, 도쿄에서 화상 연결 방식으로 참여한 마쓰모토 요헤이(松本洋平) 경제산업성 부대신(부장관)은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저장탱크 용량 문제와 폐로 용지 확보 필요성 때문에 언제까지나 결론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해 머잖은 시점에서 처리 방안을 확정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마쓰모토 부대신은 후쿠시마현 외에서도 의견을 듣는 행사를 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킨 원자로 내의 용융된 핵연료를 식히는 순환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돼 섞이면서 오염수가 늘고 있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이용해 오염수에서 기술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트리튬을 제외한 나머지 방사성 물질(62종)의 대부분을 없앴다는 물(ALPS 처리수)을 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는 일평균 약 170t씩 증가하는 오염수가 현재 120만t가량 저장돼 있다.
도쿄전력은 2022년 여름이 되면 증설분을 포함해 총 137만t 규모의 저장탱크가 차게 된다며 처분 방식을 결정한 후 시행까지 1년 6개월에서 2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한 점을 들어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산업성 산하의 전문가 소위는 해양방류와 대기방출을 시행 가능한 처분 방안으로 제시하면서 해양방출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혀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에 방류하는 형태의 처리가 유력한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낼 경우 지역 이미지가 나빠져 어업 등 지역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는 후쿠시마 주민들의 반발 때문에 구체적인 처분 방식과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3월 언론 인터뷰에서 "가능한 한 신속하게 처분 방침을 결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