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영국총리 퇴원…"다른 길로 갈뻔했다"(종합2보)
중환자실 거쳐 일주일만에 회복…요양차 지방관저에 체류
확산사태 깔보다 본인이 쓰러져…외무장관 당분간 총리권한 대행
(파리·서울=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이영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원했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2일(현지시간) 퇴원했다.
영국 총리실은 이날 존슨 총리가 런던 세인트토머스 병원에서 퇴원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돼 자가격리에 들어갔던 존슨 총리는 상태가 악화돼 지난 5일 저녁 이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다음날인 6일 그는 중환자실 병상으로 옮겨져 사흘간 산소치료를 비롯한 집중 치료를 받은 뒤 9일 밤 일반 병동으로 복귀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퇴원 후 트위터에 영상을 올려 퇴원 소식을 알리고 "(영국의 국가운영 보건기관인) 국민보건서비스(NHS)가 내 목숨을 살린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라면서 "이 빚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영상 속의 존슨 총리는 다소 야위고 창백한 모습에 목소리는 조금 쉰 상태였으나, 5분에 걸쳐 또박또박 말하며 의료진에 대한 감사의 뜻을 거듭 표명했다.
존슨은 자신을 보살핀 의료진의 용기에 감탄했다면서 이들이 '무적'(unbeatable)이라고 추켜세웠다.
특히 그는 "상황이 두 가지 길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도 갈 수 있었던 48시간 동안 병상 곁을 지켜준 두 간호사분을 특별히 언급한다"고 말해 병세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때가 있었음을 밝혔다.
그는 "내 몸에 끝내 산소가 충분히 공급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밤중 매 순간 나를 살펴보고, 생각하며 내게 필요한 개입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총리실은 퇴원한 존슨 총리가 당분간 지방관저인 체커스에서 머물 예정이며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집무에는 바로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영국의 총리 권한 대행은 도미닉 라브 외무부 장관이 맡고 있다.
존슨 총리는 그간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사태의 심각성을 경시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는 전 세계 확진자 수가 10만 명에 달하며 세계보건기구(WHO)가 펜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도래 가능성을 경고했던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나는 계속 악수하고 다닌다"고 발언하는 등 감염 위험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같은 달 중순 영국 내 확진자 수가 1천명을 넘었지만 이때도 존슨 총리는 손 씻기가 바이러스에 대한 최선의 방어 수단이라고 말할 뿐, 이탈리아와 같은 봉쇄 조처는 지시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달 20일이 돼서야 전국 학교, 술집, 식당, 체육관 등의 폐쇄를 지시하는 등 엄격한 격리·통제 조처에 나섰다.
23일 존슨 총리는 대국민 성명을 통해 필수품을 사기 위한 쇼핑, 운동, 치료, 필수적 업무를 위한 출퇴근 외에는 반드시 집에 머물러야 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AFP통신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 무렵에도 장관들과 대면 회의를 진행했다.
당시는 총리실에서도 일부 직원이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왔던 시점이다.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이날로 1만명을 넘겨 1만612명이 됐다. 누적 확진자는 총 8만4천279명으로 늘었다.
세계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1만명이 넘는 나라는 각국의 공식집계 기준으로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영국의 5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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