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방송에 뿔난 백악관 "중국 대변하나"…VOA "명예 훼손"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미국 백악관이 국영 매체인 미국의 소리(VOA)가 중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상황을 선전·홍보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백악관은 9일(현지시간) 서한을 통해 "VOA는 너무 자주 미국 시민이 아닌 미국의 적을 대변한다"면서 "세금으로 (중국의) 프로파간다를 홍보한다"고 비판했다.
VOA는 해외 청취자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미국의 국제방송으로,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지만 독립된 편집권을 갖고 있다.
백악관은 이 서한에서 "VOA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에 내려졌던 봉쇄령이 성공적인 모델로 세계 많은 곳이 따라한다고 했다"면서 "중국 공산당 정부가 벌인 봉쇄 해제 기념 축하 조명쇼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미국 매체가 중국을 따라가고 있지만, VOA는 한 발 더 나갔다"면서 "중국과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숫자 비교를 위해 중국 공산당 정부의 통계를 인용해 그래픽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아만다 버넷 VOA 총국장은 10일 성명을 내고 "그래픽에 쓴 데이터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이 집계한 것"이라며 "VOA는 사실에 기반해 보도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코로나19 관련 중국 측 주장에 회의적인 시각으로 접근한 VOA 보도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백악관의 주장은 편향되지 않은 보도를 위해 노력하는 VOA 직원들의 명예를 해치는 것"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주재 멕시코대사를 지낸 호르헤 과하르도는 SCMP와 인터뷰에서 "VOA에 대한 비판은 VOA가 진실을 왜곡하거나 객관적이지 않다는 게 아니다"라면서 "백악관이 적으로 보는 국가에 호의적인 보도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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