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 겪는 남아시아 의료진…코로나 장비부족에 폭행까지
파키스탄서 시위하다 경찰 몽둥이 세례…인도 주민은 돌팔매질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의료인프라가 열악한 남아시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는 의료진이 온갖 수난을 겪고 있다.
필수 장비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일부 의료진은 시위와 검사 과정에서 폭행까지 당했다.
9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6일 마스크, 방호복 등 의료 장비가 부족한 현실을 지적하며 시위하던 파키스탄 의료진이 경찰에 의해 폭행당했다.
이들 의료진은 열악한 진료 현실을 견디다 못해 거리로 나섰다.
하지만 이들을 기다린 것은 의료 장비 지원 소식이 아니라 경찰의 몽둥이세례였다.
남부 퀘타의 한 경찰서에 구금됐다가 풀려난 아마눌라는 "경찰은 막대와 소총 개머리판으로 우리를 마구 폭행하며 망신을 줬다"고 말했다.
경찰은 60여명의 의료진을 구금했다가 7일 밤에 풀어줬다고 아마눌라는 덧붙였다.
파키스탄의 경우 코로나19가 창궐한 이란에서 자국 순례객이 대거 돌아오면서 확진자가 급증했다. 9일 오전 4천263명이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지만 실제 확진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에는 진단키트가 많이 부족한 데다 감염이 의심되는 순례객 수천 명이 별다른 검사 없이 전국 곳곳의 고향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의료 인프라가 부실하고 의료진마저 부족해 확산세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가디언은 의료진 상당수는 개인 보호 장비조차 지급받지 못하고 있고 감염된 의료진을 위한 격리 시설도 없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응급실에서 일하는 아마눌라는 "얼마나 많은 환자가 바이러스를 퍼트렸는지 가늠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한탄했다.
파키스탄보다는 사정이 다소 낫지만, 인도의 의료진도 열악한 현실 속에서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일부 인도 의사들이 정식 보호 장비 대신 비옷이나 오토바이 헬멧을 사용할 정도로 사정이 나쁘다고 보도했다.
마디아프라데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이 코로나19 검사를 하던 의료진을 향해 돌을 던지며 폭행했다. 의료진이 자신들의 마을에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주민으로부터 공격받은 의사 자키야 사예드는 BBC방송에 "우리는 평소처럼 바이러스 감염 의심 사례를 조사했다"며 "우리가 공격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일부 지역 주민은 의료진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타르프라데시주의 한 병원에서는 격리된 환자가 알몸으로 활보하며 여의사를 희롱하다가 기소되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9일 오전 10시 현재 5천734명(사망자 166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