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코로나19 첫 발병 100일…WHO, 대응에 자화자찬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난해 12월 31일 중국에서 처음 발병 보고된 지 100일을 맞는다.
그간 180여개국에서 14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8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WHO는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자화자찬하기에 바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내일(9일)은 WHO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의 첫 사례에 대해 보고받은 지 100일이 된다"면서 그간 WHO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 소개했다.
20분 넘게 이어진 설명에서 그는 올해 1월 5일 WHO가 회원국에 새로운 발병에 대해 공식 통보했으며, 같은 달 10일 잠재적 사례의 발견과 검사, 의료진 보호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고 전했다.
1월 22일 긴급 위원회를 소집해 일주일 뒤에 WHO의 가장 높은 경고 단계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면서 당시 중국 외 지역에서 9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나 사망자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2월에는 한국과 미국, 독일, 일본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팀을 중국에 파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및 코로나19 대응 기금 마련,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 노력, 일일 언론 브리핑, 의료진을 위한 필수 의료 장비 확보 노력, 치료법을 위한 연구·개발 가속화 등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100일 동안 우리의 변함없는 약속은 세계 모든 사람에게 평등과 객관성, 중립성을 가지고 봉사하는 것이었다"면서 "그것은 앞으로 며칠, 몇 주, 몇 달 동안 우리의 유일한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에도 WHO가 코로나19 대응에 미흡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코로나19 조처에 국제사회가 감사와 존경을 보내야 한다는 친중 발언을 잇달아 하면서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았다.
WHO는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를 자문 기구인 긴급 위원회 회의를 두 차례나 진행한 뒤 겨우 선언했다.
더욱이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19가 태국과 일본, 한국 등 인접국으로 퍼지며 '국제적인 상황'으로 번지는 데도 WHO는 비상사태 선포에 머뭇거렸다.
오히려 중국이 발생 초기 무사안일한 대처로 일관하다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중국 내부에서도 나오는데도 WHO는 중국의 대응을 칭찬하기에 바빴다.
전문 조사팀의 중국 파견도 첫 발병 보고 이후 한 달 반,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열흘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 선언도 110여개국에서 12만 명이 넘는 사람이 감염되고 3천 명 이상이 숨진 뒤에야 등 떠밀려서 겨우 했다.
WHO보다 앞서 미국의 CNN 방송이 자체적으로 현 상황을 팬데믹이라고 부르겠다고 선언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때문에 국제 청원 사이트에는 WHO의 수장인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WHO의 늑장 대응은 팬데믹 선언 이후에도 계속됐다.
코로나19는 비말을 통해 전염되는 호흡기 질환으로, 마스크의 효용성이 예상되는데도 WHO는 증상이 없는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는 데 유용하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오히려 WHO는 올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마스크를 쓰거나 벗으면 손이 오염될 수 있으며, 마스크 착용 시 오히려 얼굴에 손을 갖다 대는 경향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WHO의 기존 권고와 달리 일부 국가가 마스크 착용을 속속 의무화하기 시작하자 뒤늦게 "이런 상황에서는 마스크가 다른 보호 조치와 결합해야만 효과가 있다"면서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일반인들의 마스크 착용을 고려하는 국가들이 그것의 효과를 연구해서 우리가 모두 배울 수 있도록 하길 권장한다"며 공을 각국 정부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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