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코로나19 긴급사태 '반쪽' 시행…휴업요청 보류(종합)
도쿄도-일본 정부 견해차…"이발소 휴업 대상" vs "휴업 대상 아니다"
6개 지자체 "휴업 요청 안 한다"…"보상책도 세트로 내놓아야"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 확산하는 가운데 도쿄 등에 긴급사태가 선언됐지만, 휴업 요청을 보류하는 등 선언에 따른 조치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휴업 대상 업종의 범위를 놓고 일본 정부와 도쿄도의 판단이 엇갈리는 가운데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7일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신형인플루엔자 등 대책특별조치법'(이하 특조법)에 따라 도쿄도(東京都), 가나가와(神奈川)현, 사이타마(埼玉)현, 지바(千葉)현, 오사카부(大阪府), 효고(兵庫)현, 후쿠오카(福岡)현 등 7개 광역자치단체에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긴급사태 선언은 이날 밤늦게 관보에 실리면서 발효됐다.
도쿄도는 긴급사태선언 전날인 6일 ▲ 기본적으로 휴업을 요청할 업종 ▲ 사회 기능 유지를 위해 운영이 필요한 업종 ▲ 시설의 종류에 따라 휴업이나 이용제한을 판단해야 할 업종 등 크게 3가지로 분류해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 지사는 일본 정부에 긴급사태 선언을 일찍부터 사실상 촉구해왔고 선언 발표 후 휴업 권고 대상이 즉시 공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휴업 요청 대상 발표는 10일로 미뤘다.
도쿄도가 발표를 미룬 것은 일본 정부와의 견해차 때문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도쿄도는 나이트클럽이나 라이브 하우스는 물론, 이발소나 주택 관련 용품을 광범위하게 취급하는 매장인 '홈 센터', 백화점 등 여러 업종에 휴업을 요청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기업의 움직임을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제동을 걸었고 범위를 좁히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담당상은 7일 중의원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이발소나 홈 센터 등을 이용 제한 대상으로 삼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열린 협의에서 양측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결국 휴업 요청은 미뤄졌다.
고이케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속도감도 매우 중요하다"며 일본 정부의 태도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긴급사태 선언 자체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줄다리기로 방역 대책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도쿄를 제외한 나머지 6개 광역자치단체는 현 단계에서는 민간 시설에 대해 휴업 자체를 요청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구로이와 유지(黑岩祐治) 가나가와현 지사는 "보상과 세트가 되지 않으면 좀처럼 이해를 얻기 어렵다"고 휴업을 요청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특조법에 휴업이나 각종 행사 취소 등에 따른 피해를 일본 정부가 보상하는 규정이 없는 것을 염두에 둔 대응을 보인다.
긴급사태 선언 대상인 7개 광역자치단체의 지사는 8일 오전 화상 회의를 갖고 중앙 정부에 사업 활동이나 이벤트 자제 요청으로 발생하는 영업 손실을 보상하라고 요청하는 긴급 제언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7일 저녁 긴급사태 선언 후 기자회견에서 사업 활동이나 이벤트 자제 요청에 따른 손실에 대해 직접 보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아베 총리는 정부가 마련한 코로나19 대응 긴급 경제대책에 포함된 매출 급감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에 대한 현금 지급 방안에 따라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휴업 요청 자체가 강제력을 지닌 것이 아니며 기준이 모호해 혼선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도쿄도는 음식점의 경우 영업시간을 단축하되 원칙적 영업 대상으로 분류하고 술집에 대해서는 휴업을 요청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술집을 표방하지 않은 여러 음식점이 술을 함께 제공하거나 점심때는 주로 식사를, 저녁에는 주로 술과 안주를 파는 식당도 많아 애초에 구분이 쉽지 않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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