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코로나19 위기감에 2만명 이주노동자 기숙사 격리
확진자 91명…"화장실 등 열악·사회적 거리 두기도 안 이뤄져" 우려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2만명 가까운 이주노동자들이 기숙사 두 곳에 격리 조처됐다.
불가피한 조치라는 기류 속에서도 열악한 위생과 한정된 공간에 대규모 인원이 밀집한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6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싱가포르 보건부는 12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와 전체 환자가 1천309명으로 늘었다고 전날 밝혔다.
신규 확진자가 하루에 세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이 중 32명이 이주노동자 기숙사 두 곳에 거주하는 이들로 조사됐다.
현재까지 이주노동자 숙소 두 곳에서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는 91명이라고 보건부는 설명했다.
당국은 이에 따라 같은 날 두 기숙사를 전격 봉쇄하고 이주노동자들을 이곳에 격리했다.
두 곳에서 생활하는 이주노동자는 1만9천800명으로, 격리조치가 내려진 인원수로는 싱가포르 내에서 가장 많다.
2만명에 육박하는 이주노동자들은 14일간 자신의 방에서만 지내야 한다. 보건 당국은 식사와 함께 마스크와 손 세정제, 체온계 등이 공급하기로 했다.
당국은 이번 격리 조처가 동료 이주노동자들은 물론 더 넓은 공동체로 코로나19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곳의 위생 상황 등이 열악해 오히려 봉쇄 및 격리 조치로 코로나19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주노동자 등을 중심으로 나온다.
인도 출신 이주노동자 벤카테 S.H(34)는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부엌은 물론 방에도 바퀴벌레가 많다. 화장실 소변기는 소변으로 넘쳐 근로자들이 그 위에서 볼일을 보고 발에 소변이 묻은 채로 방으로 걸어간다"고 말했다.
다른 이주노동자 칼야나두라이(38)도 신문에 "아침 식사를 받으려 줄을 섰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는 없었다"면서 "소수가 자기 마스크를 가지고 있는 걸 제외하면 마스크도 없다"고 언급했다.
방에서 나오지 말라는 지침도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숙사 한 곳의 경우, 각 방에 침대 12개가 놓여있고 층마다 24개의 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다 보니 많은 이주노동자가 답답한 방에 머물러 있지 않고, 복도에 나와 서성거리고 있다고 신문은 한 이주노동자의 말을 빌려 전했다.
건설 현장 감독자인 토마스 오씨는 이주노동자들이 보내 준 화장실과 바퀴벌레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기숙사 위생 상태가 열악한 것 외에도 이들이 방 안이 아니라 공동구역에 모여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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