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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분열우려 증폭…"이러다 해체된다" 내부에서도 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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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분열우려 증폭…"이러다 해체된다" 내부에서도 위기감
포르투갈 총리 "EU가 할일 안하면 끝나고 말 것" 경고
코로나대책 내홍…극우정파 득세 속 헝가리 법치훼손 논란까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럽 연합(EU)이 회복 불가능한 정도로 균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에 대응하고자 마련된 '유럽공동채권'안을 두고 유럽이 남북으로 갈라져 맞서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선 극우 세력이 부상하자 각국 지도자들이 직접 위기감을 표출하고 나섰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미 2008년 금융 위기와 2015년 난민사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내부 마찰을 빚어온 EU가 코로나19로 전례 없이 분열하고 있다는 회원국 지도자들의 우려를 소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의회 외교위원장은 "EU가 격렬한 참호전을 펼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위기감을 부른 EU 내부 갈등의 불씨 중 하나는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이 EU 차원의 공동대응을 목적으로 발행을 요구한 '코로나 채권'이다.
이들 국가는 EU 회원국들이 함께 채권을 발행해 낮은 이율로 돈을 빌릴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지만, 재정적으로 여유로운 독일과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남북 갈등'은 최근 EU 재무장관들 간 비공개로 진행된 전화 회담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자리에서 봅커 훅스트라 네덜란드 재무장관이 벨기에 측에 왜 일부 정부는 위기를 스스로 해결할 자금이 없는지 연구해봐야 한다는 발언을 해 거센 반발을 불렀다.
안토니오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는 이 발언에 대해 "불쾌하다"며 "EU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끝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공동채권을 둘러싼 남북 갈등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3월 초에 독일, 프랑스 등 일부 국가가 의료 장비 수출을 금지하고 국경 통제를 강화한 일과 함께 회원국들이 EU의 존재 목적까지 의심토록 하고 있다고 WP는 평가했다.
부유한 국가들이 다른 회원국을 지원하길 꺼린다면, EU라는 연합체 자체가 불필요하지 않냐는 의문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EU가 현재 모습을 갖추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프랑스 국적의 자크 들로르 전 유럽공동체 집행위원장은 최근 성명을 내 "현재 국가 지도자들과 정부들 사이의 분위기와 유럽 내 단합 부족은 EU에 치명적인 위험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곳곳에서 나타나는 극우세력의 부상 역시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EU의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탈리아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극우 정당 동맹이다.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일단 위기부터 해결하고 나서 EU를 떠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유럽이 이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반(反)EU 민족주의 정서가 확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30일 헝가리 의회가 빅토르 오르반 총리에게 사실상 물소불위 권한을 주는 이른바 '코로나19 방지법'을 통과한 것 역시 이런 우려를 증폭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튿날 성명을 내고 "(모든 비상사태 대책은) 필요한 부분으로만 제한해야 하고 엄격하게 비례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면서 코로나19 방지법을 비난했다.
WP는 유럽 국가들이 경제적 구제책을 마련하는데 다시 단결할 것이라는 신호가 보이지만, 현재의 단기적 분열은 장기적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열린 국경과 경제가 궁극적으로 평화와 번영을 부를 것이라는 기본 전제가 점점 더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yo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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