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독일처럼 못하나"…영국 코로나19 검사역량에 비판
발병 초기 검사 확대보다는 의료서비스 부담 완화에 초점
검사 시약 확보에 어려움…대학·민간 연구소 활용 안 한 점도 문제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역량 부족으로 인한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적인 과학 선진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코로나19 검사건수를 좀처럼 늘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내 라이벌 국가인 독일이 신속하게 코로나19 검사를 확대하면서 사망자를 억제하고 있는 것도 영국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요인이다.
2일(현지시간)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의 현재 일일 코로나19 검사건수는 8천건 안팎이다.
반면 독일은 1주일에 50만건 정도의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일 기준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검사건수는 영국이 2천300건으로 독일(1만15건)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검사건수당 양성판정 비율은 영국이 19.3%로 독일(7.5%)보다 배 이상 높았다.
영국은 일일 검사건수를 2만5천건까지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이달 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 있는 의료서비스 인력조차 제대로 검사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거나, 가족 중 의심증상이 있는 의료인력들은 검사 대신 자가 격리를 취하느라 현장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다시 의료서비스 인력 부족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때 보건장관을 맡았던 제러미 헌트 하원 보건·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이탈리아와 같은 멜트다운(붕괴)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한국이나 독일을 따라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면서 "즉 대규모로 (코로나19) 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5∼1997년 보건장관을 맡았던 스티븐 도렐은 "건강하다고 느끼는 의료인들이 집에 머물고 있다. 이들이 다시 일하도록 허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영국의학협회장인 찬드 나그폴 박사는 "정부가 의료서비스 인력에 대한 우선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지 2주가 지났지만 많은 의사들은 여전히 어디서, 어떻게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정부는 검사를 위한 화학물질이 전 세계적으로 부족 현상을 겪고 있어 이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해명했다.
영국은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이른바 집단 면역을 주장했다. 어차피 전체 인구의 다수가 코로나19 감염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대규모 검사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대신 영국 정부는 국민보건서비스(NHS)에 한꺼번에 부담이 몰리는 것을 피하는데 대응의 초점을 맞췄다. 검사 확대보다는 산소호흡기, 집중 치료 병상 등의 확보에 역량을 집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코로나19 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영국 정부는 뒤늦게 방향을 선회했다.
문제는 이미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시약이 전 세계적으로 부족 현상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이 빠르게 검사 역량을 늘리는 데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민간 연구소 등을 통해 발 빠르게 검사를 시작한 독일과 달리 영국은 발병 초기 북런던에 위치한 잉글랜드 공중보건국의 연구소에서만 코로나19 검사 샘플을 처리한 것도 검사 속도를 늦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금은 공중보건국 산하 11개 연구소와 NHS 산하 29개 연구소가 동원되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영국의 수많은 대학과 민간 연구소들을 활용하면 일일 처리 가능한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10만건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정부는 뒤늦게 코로나19 검사 역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맷 핸콕 보건부 장관은 전날 검사역량 확대, 민간업체 동원, 항체 검사 실시, 무작위 표본 검사, 장기 진단역량 확대 등 5단계 계획을 내놨지만, 여전히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전날 저녁 트위터를 통해 "검사 역량을 강화하겠다. 이것이 코로나바이러스 퍼즐을 풀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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