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거리두기 1주일 신규 확진자 우상향…"잔인한 4월 되나"
요양병원·교회 집단감염 계속…해외거주민 대피로 해외유입도 급증
신규환자 줄고 감염경로 빠르게 확인돼야 '생활방역' 전환 가능
전문가 "4월 6일 개학은 어려울 듯…수도권도 대구·경북처럼 될 수 있어"
요양시설 전수검사, 입국자 전수격리, 외국인 입국 한시적 금지 등 제안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김잔디 채새롬 기자 = 우리 사회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한 지 일주일째를 맞았다.
정부는 이달 22일부터 내달 5일까지 보름간 강화된 거리두기를 실천한 후 일상·경제생활과 방역이 조화를 이루는 '생활방역'으로 넘어가겠다고 했지만,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고령자가 많은 요양병원 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해외 거주 국민의 국내 대피 행렬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피로감과 마비된 경제를 고려할 때 시설 운영중단, 약속·모임·여행 연기, 재택근무, 개학 연기 등을 동시에 요구하는 고강도 조치를 계속하기는 어렵다.
방역당국으로서는 고강도 조치의 효과가 가시화될 다음 주에 기대를 거는 동시에 남은 일주일간 추가 억제 대책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남은 기간 감염 불씨를 꺼뜨릴 수 있도록 개학 연기, 외국인 입국 제한, 입국자 전수 자가격리 등 방안을 제시했다.
◇ 하루 신규확진자 100명 안팎…추세는 우상향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첫날인 22일부터 27일까지 약 1주일간 국내 확진자는 581명 증가했다. 하루 96.8명씩 늘어난 셈이다.
직전 1주일(15∼21일) 동안에 하루 평균 94.4명 늘어난 것과 비교할 때 긍정적인 지표는 아니다.
추세도 좋지 않다. 일별 신규 확진자는 22일 64명, 23일 76명, 24일 100명, 25일 104명, 26일 91명으로 27일 146명으로, 10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우상향하는 모습이다.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여전히 대구·경북이지만, 수도권의 증가세는 예사롭지 않다.
서울·인천·경기 지역의 누적 확진자는 21일 자정 701명에서 27일 자정 874명으로 엿새 만에 173명이나 증가했다.
환자 발생 추세가 꺾이지 않은 이유는 요양병원, 정신병원, 교회 등 취약·다중이용 시설에서의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환자 증가는 해외 거주민의 국내 대피와 관련이 있다. 상당수 환자가 입국 검역에서 확인되고 있고, 검역 통과 후 지역사회에서 전파를 일으킨 뒤 확진 판정을 받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해외 유입 확진자는 27일 자정 기준 총 363명으로 엿새 만에 240명이 늘어났다.
치명률 지표도 좋지 않다. 80세 이상 환자의 사망률은 21일 자정 10.46%에서 27일 자정 16.20%로 치솟았다. 평균 사망률은 같은 기간 1.17%에서 1.52%로 상승했다.
◇ '생활방역' 단기간 전환 어려울 듯…지역사회 감염 불씨 여전
고강도 거리두기 종료 시점으로 제시된 4월 5일 이후 우리나라가 일생생활과 경제활동을 일정 정도 보장하는 '생활방역'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규 확진자가 확실히 감소하고,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환자가 많아져 병상에도 여유가 생겨야 한다.
또 코로나19 발생 초기처럼 새로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감염원이 빠르게 파악되고, 이들의 접촉자를 집중 관리하는 식으로 유행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어야 한다.
정부는 이런 환경을 '지역사회 감염을 현재의 방역·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인 상황'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외 코로나19 유행 양상을 볼 때 단기간 내 생활방역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해외 거주 국민의 대피 행렬이 이어지고 있어 해외 유입 환자는 당분간 늘 수밖에 없다.
최근 일일 입국자는 7천여명으로 이중 약 10%가 '유증상자'로 분류되고 있다. 전체 입국자 가운데 약 75%는 한국 국적자다.
지난 일주일간 발생한 해외 유입 환자 통계를 보면, 하루 최소 19명, 최대 51명이 발생했다. 지난 24일에는 전체 신규 확진자 가운데 해외 유입 사례가 51%를 차지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유럽과 미국을 넘어 아시아로 번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주에는 태국과 필리핀에서 들어온 입국자 1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총 확진자의 15%는 감염경로가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다. 여전히 누구로부터 감염됐는지 모르는 환자에 의해 2차, 3차 감염이 발생하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당장 4월 6일부터 생활방역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시점을 신중하게 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전문가, 4월 5일까지 특단의 대책 요구…수도권, 입국자 전수격리 검토
개학 연기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상징적인 조치인데, 감염병 전문가들은 4월 6일로 예정된 개학이 예년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는 "지금 상황에선 개학할 수 없다"면서 "개학이 가능해지려면 현재 '심각' 단계인 감염병 위기경보가 '경계' 수준으로 내려갈 정도로 지역사회 확산이 잦아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학할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의 명분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기 교수는 "개학하면 정부가 모임이나 교회 행사 참석 등을 말리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내달 5일까지 예정된 시간 동안 지역사회 감염을 최대한 줄이면서, 최근 발생 확진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요양병원 등 집단시설과 해외 유입에 대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해외유입과 요양시설 집단감염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외국인 입국 제한이나 전국 요양병원 전수조사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시기"라며 "수도권에서도 대구·경북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데 잔인한 4월이 될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코로나19 해외 유입 관리 차원에서 입국자 전원을 2주간 자가격리하는 방안을 수도권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논의 중이다. 해외 입국자의 70%는 수도권에 주소를 두고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출발 국가를 따지기보다 전체 입국자를 대상으로 안전 조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자체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은 유럽과 미국에서 들어오는 내·외국인만 자가격리 대상이다.
기 교수는 "사실상 한국인이 자국으로 '피난'을 오는 상황이어서 국가 차원에서 감당해야 한다"며 "다만 국내로 들어오는 항공편이 크게 줄어 입국자 규모가 줄었고, 개인의 선택으로 국내로 들어온 입국자에 대해서는 생활비 지원하지 않기로 해 비용 부담은 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간을 벌기 차원에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자는 의견도 계속 나온다. 코로나19 장기전에 의료진의 피로감은 극심한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개학 준비 기간만이라도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내국인 입국 검역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한시적인 입국 제한은 의료진을 포함한 코로나19 관련 인력의 번아웃(Burn-out)을 줄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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