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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코로나위기 등 과제 '첩첩산중'…2차전 관전포인트는
이사회 독립성 강화안 주총서 부결…경영정상화·지배구조 개선 관건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 돌입…3자 연합, 명분·동력 확보 총력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며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 극복 등 조 회장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다.
조 회장에 맞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이 장기전을 예고한 만큼 조 회장의 경영 능력을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경영권 분쟁 2라운드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한진그룹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계가 전대미문의 위기에 직면한 만큼 일단 각종 자구 노력을 통해 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한진그룹은 연내 매각을 공언한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을 비롯해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매각 등에 더해 추가로 유휴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조만간 매각 주관사를 선정해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한진그룹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 확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솔솔 제기된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현재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국제선 운항 횟수는 90%가량 감소했으며 보유 여객기 145대 중 100여대가 운항하지 못하고 공항에 주기된 상태다.
조 회장의 아이디어로 유휴 여객기에 화물을 실어 나르며 공항 주기료 감면 등 비용 절감을 꾀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손실이 워낙 천문학적인 만큼 고강도 자구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경영 정상화가 요원할 수 있다.
지배구조 개선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조 회장은 의장인 석태수 한진칼[180640] 대표이사가 대독한 주총 인사말에서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개선하고, 핵심사업의 역량을 한층 강화해 변화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지난 27일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구성과 소집 등에 관한 양측의 정관 변경 안건은 모두 특별결의사항 조건인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부결됐다. 양측 모두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내세웠지만, 정관 변경안도 이사 선임안과 마찬가지로 표 대결 양상으로 진행된 탓이다.
3자 연합은 특히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확정되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의 이사 자격 강화 안과 이사회의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결의로 선임하는 안을 내놨지만 주총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진칼 이사회도 당초 대표이사가 맡도록 한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에서 선출하도록 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안 등을 내놨지만 모두 부결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한진그룹이 국민연금 등의 표심을 얻기 위해 명분 쌓기만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 만큼 조 회장이 향후 지배구조 개선에 얼마나 의지를 갖고 추진할지도 관건이다.
이미 대한항공의 경우 이번 주총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정관 변경안이 가결됨에 따라 조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신임 사외이사인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에게 외부인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의장직을 맡겼다.

3자 연합은 일단 한진칼 지분 매입을 지속하며 경영권 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간다는 방침이다.
일단 KCGI는 지난 25일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한진 주식을 처분해 확보한 실탄 151억원을 한진칼 지분을 늘리는 데 쓸 것으로 보인다. 반도건설 역시 여유 자금이 충분한 만큼 한진칼 지분 매집에 더 나설 전망이다.
현재 3자가 1월31일 지분 공동 보유 계약을 맺은 뒤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해 경쟁 제한 등에 대한 공정위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최근 한진칼 지분을 15% 이상으로 늘린 반도건설은 따로 더 심사를 받아야 하는 부담이 없는 만큼 지분 매입을 계속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서 3자 연합이 야심 차게 내밀었던 '김신배 카드'를 포함해 이사 후보 전원의 선임안이 부결되며 단 한명도 이사회에 입성하지 못한 만큼 장기전을 위한 추가 동력을 얻기에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3자 연합이 그동안 조원태 회장의 '경영 실패'를 수차례 강조했지만, 주주들은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의 상황을 해결할 수장으로 조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이후 임시주총을 소집한다고 해도 3자 연합에 승산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이변이 없는 한 장기전으로 가도 3자 연합이 승부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이사 해임 안건은 특별 결의 사항이기 때문에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3자 연합이 조 회장 등 현 경영진의 이사 해임 안건을 주총 안건에 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그룹 '백기사'인 델타항공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게 변수다.
최근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델타항공의 신용 등급을 투자 부적격 등급인 'BB'로 두 단계 하향 조정한 점 등을 감안하면 델타항공도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에 바쁜 만큼 한진칼 지분을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3자 연합 측에 매각하는 상황이 생기면 현재 엇비슷한 양측 지분에 격차가 벌어지며 3자 연합이 승부를 걸만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이 외국계 기업 등을 접촉해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서는 등 당분간 양측의 지분 확보를 위한 경쟁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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