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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한숨돌린 금융시장…이제는 실물서 '운명의 시간'
코스피·원화, 정부 대책후 반등…채권시장은 점차 경색
한계 중기·소상공인으로 초점 이동…"전방위 자금 지원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정수연 기자 = 지난 한주는 다행히도 위기 속에서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수직으로 급락하던 금융시장이 일정 부분 반등했고 자금시장도 극한의 경색상황으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시장의 '반등'이라기보다 폭락의 '진정'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경제위기가 본 경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숫자가 난무하는 시장이 아닌 경제주체들이 직면한 실제 현실을 의미한다.
한계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입장에선 생사의 문제이고 대응 타이밍을 놓치면 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악순환의 궤도로 빠져든다.

◇ 금융시장 급한 불 끈 정부·한은
지난주 코로나19 경제위기의 분기점은 정부가 24일 발표한 100조원 상당의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이었다. 이중 주식과 회사채, 단기자금시장 등 금융시장 불안요인에 대응할 수 있는 자원이 41조8천억원이다.
금융시장은 정부가 코로나19 금융지원 규모를 단 5일 만에 50조원에서 100조원으로 증폭시킨 점에 주목했다. 정부의 무한 대응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기업어음(CP)에 7조원, 채권시장에 24조원을 배정한 점도 주목했다.
일반 국민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사실 지난주 초 전선은 단기자금시장과 채권시장이었다. CP, 전자단기사채가 돌지 않고 회사채 시장이 사실상 막혀있다시피 했다.
특히 증권사들이 거액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을 받고서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이하 여전채)과 기업어음(CP)을 대량 처분하면서 신용경색 상황이 심화했다.
여기에 패닉에 빠진 시장 주체들이 보유자산을 마구잡이로 현금화하면서 신용경색은 증폭됐다. 정부와 한은이 이 상황을 방치했다면 취약기업을 시작으로 기업들의 도미노 부도가 시작됐을 뻔했다. 홍수 때 제방의 작은 구멍이 둑 전체를 무너뜨리는 식이다.
한국은행이 향후 석 달 간 한도를 두지 않고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하는 이른바 '한국형 양적 완화'를 시행하겠다고 한 것도 시장 심리를 안정시킨 요인이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자금을 무제한 공급한다고 하니 금융사 도산 가능성은 거의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금융 쪽으로는 확실히 안전해졌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은 주가와 환율 등 금융시장의 지표에도 반영돼 있다.
코스피는 정부의 대책 발표 전인 23일 1,482 대비 16% 가까이 반응한 1,717로 마감했다.
23일 1,266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도 1,210원으로 한 주를 마감했다. 시장에선 23일 주가와 환율을 섣불리 저점이라고 평가하진 않는다. 다만 일단 단기적인 급락은 멈췄다거나 단기 바닥은 한번 봤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주 주가를 보고 올랐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정부와 한은의 유동성 공급 정책이 단지 폭락을 막고 진정시킨 정도"라고 설명했다.


◇ 채권시장 경색 서서히 심화…美 증시 다시 급락
자금시장 상황을 보면 이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27일 기준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2.039%,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060%로 마감했다. 신용 스프레드로 보면 98bp(1bp=0.01%포인트) 격차가 있었다.
정부 대책 발표전인 23일 기준 신용 스프레드(86bp)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 벌어졌다.
국고채와 회사채간 신용 스프레드가 커진다는 것은 회사채 시장의 경색이 심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올 초 스프레드가 60bp 안팎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이 제대로 돌지 않는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신용스프레드가 가장 컸던 시점은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 3개월 뒤인 12월 10일의 465bp였다.
초단기물인 CP 91년물 금리는 27일 연 2.09%로 마쳤다. 정부 대책 전인 23일 연 1.55%보다 50bp 이상 올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형 위기 상황에서는 일중 신용스프레드 변동 폭이 50bp를 넘나들기도 했다"면서 "현재 신용스트레드의 수준이나 일중 변동 폭 등을 보면 자금시장 여건이 전반적으로 어렵기는 하지만 극한의 패닉 상황까지는 일단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한은의 대책에도 증시에서 외국인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코스피에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정부 대책 발표일인 24일 823억원으로 다소 줄기는 했으나 여전히 하루 순매도 규모가 3천억~5천억원 안팎을 기록 중이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7일 915.39포인트(4.06%) 하락한 21,636.78에 거래를 마쳤다. 경기부양책의 훈풍을 타고 지난 사흘간 가파르게 오르다 반락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서자 다시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졌다는 평가다.


◇ 중소기업·자영업자 위기…"전방위 자금 지원 필요"
금융시장에서 급한 불만 간신히 끈 상황에서 정부의 시선은 이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우리 경제의 취약부로 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도산하기 시작하면 실물경제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수 있고, 금융회사의 부실로 이어질 경우 경제 시스템 전반을 망가뜨릴 수 있다.
중소기업·자영업자의 매출과 코로나19 방역의 강도는 반비례하는 구조다. 방역 강도를 높일수록 '사회적 거리두기'가 심화하면서 이들의 매출이 떨어지지만, 방역 강도를 낮춰 코로나19가 확산하면 다시 매출이 떨어지는 구조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방역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이들에게 인공호흡기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코로나19 사태의 지속기간"이라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매출이 코로나19의 지속 여부에 따라 달려 있고, 미국과 유럽 등 지역에서 코로나19가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어야 한국의 수출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자신의 SNS에서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기고를 인용해 "지금은 역대급 전쟁 상황이다. 머뭇거리면 죽는다. 속도가 핵심"이라면서 "기업이 도산하고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세금은 그만큼 사라지고 후회해도 소용없다. 자영업자든 대기업이든 살아 숨 쉬게 하려면 전방위적인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pee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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