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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한국 따라하기 애먹는 독일…"서울 비하면 제3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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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한국 따라하기 애먹는 독일…"서울 비하면 제3세계"
"한국, 메르스로 대처법 교훈"…독일은 대량검사 실패
"'사회적 거리두기' 한국인이 더 잘해"…독일, '코로나 파티' 등 문제
독일 의료수준은 환자치료에 효과…지난 주말 종교행사 멈춘 채 종 울려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이 '한국 따라하기'에 애를 먹고 있다.
독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자 현지 언론은 한국식 대응 모델에 눈길을 줬다.
애초 독일에서는 '드라이브 스루'같이 한국에서 고안된 검사 방식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경향이었다.
독일에서도 확산 상황이 심상치 않자 검사의 신속성과 통계의 투명성에 주목했다.독일 언론에서는 개인 정보 수집에 기반한 한국식의 확진자·접촉자 추적 방식에 관해서도 관심을 두는 듯했지만, 법체계가 다르다며 거리를 뒀다.
그사이 독일에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보건당국은 확진자와 접촉자의 휴대전화 정보를 활용하기 위한 법 개정을 추진했다.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가 통신서비스 회사로부터 확진자와 접촉자의 위치 정보를 받도록 하는 조항을 만들어 감염 사슬을 추적하기 위한 것이다.
일간 디벨트는 23일자 '코로나19 대응, 한국식 모델이 독일을 구원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런 법 개정 추진에 대해 "한국식 방식이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독일 정부에도 확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통계에 따르면 독일에서 확진자 수는 이날 오후 3만2천781명이고 사망자는 156명이다. 신규 확진자 수는 하루 새 3천200명 정도가 늘었다.

◇ 한국식 휴대전화 정보활용 추적관리안, '기본권 침해' 반대로 좌초
하지만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이 앞장서서 추진했던 법 개정안은 반대에 부딪혀 좌초됐다.
23일 내각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했다.
개정안 초안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자유민주당과 녹색당, 좌파당 등의 유력 정치인도 잇따라 '개인 기본권 침해'라는 이유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슈판 장관은 당일 기자회견에선 한국과 같은 국가가 이동 경로 파악을 통해 감염확산을 늦출 수 있었다고 항변하면서 관련 논의를 계속하겠다며 개정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내각회의에서 상정이 실패하기 전 디벨트는 같은 기사에서 "이 법안은 상당히 신속히 처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봉쇄·이동자유 제약 안한 한국식 주목했으나, 사실상 이동제한 선택
독일 언론이 일찌감치 한국식 모델을 주시했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같은 민주주의 체제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달리 투명하게 코로나 19 대응 체계가 작동하는 데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도시를 봉쇄하지 않고서도 확산이 관리된다는 점에 슈피겔온라인 등은 주목했다.
그러나, 독일은 확산 사태 초기부터 확진자·접촉자 추적 관리가 실패하면서 한국식 모델과는 엇나갔다.
확산 사태 초기 독일 당국은 '국경 폐쇄는 없다'고 강조했지만, 확산 기세가 무서워지자 지난 15일 사실상 화물이동을 제외하고는 국경을 통제했다.
다음 날에는 종교 모임 및 공공시설 운영 금지, 클럽·술집 운영 금지, 음식점 운영 제한 등의 조처를 내리며 강도를 높였다.
이런 방식도 효과가 떨어지자 연방정부는 주 정부와 합의해 23일부터 2인 초과 접촉 제한 조치까지 내렸다. 사실상 이동제한에 가까운 처방이다.
이동통신사는 개인 휴대전화에 '집에 머물라 달라'(#stay home)이라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독일에서는 신속한 진단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나 스페인보다는 사정이 낫다는 평가가 있고, 치명률이 낮은 것과 관련해 독일 측은 이를 자랑스럽게 내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이웃 유럽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나을 뿐 한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뒤처진 데다 급격한 확산을 제어하는 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게 사실이다.
디벨트는 "검사를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감염 사실을 모른 채 계속 확산시킬 수 있어, 한국이 검사를 많이 한 것은 방역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면서 "독일은 이 부분에서 헤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간 베를리너차이퉁은 '한국은 외출금지 없이 바이러스 확산을 어떻게 막았나'라는 제목의 23일 자 기사에서 "한국은 중국과 달리 독일처럼 민주주의 국가이고 지금까지 외출금지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검사를 많이 해 무증상 감염자를 신속히 파악하는 데다 검사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로 감염자의 경로를 빈틈없이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한국 역시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거저 얻은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은 이미 2015년 메르스라고 하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생을 경험했고 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하면 대규모로 검사를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 시민의식 발달한 독일, 이번만큼은 한국에 밀려
독일은 유럽에서도 시민의식이 상당히 발달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이 수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으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한 대응에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접촉 제한 조치까지 내려진 것은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운영이 금지된 클럽 대신 공원이나 집 모여 춤을 추고 술을 마시는 '코로나 파티'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베를리너차이퉁은 한국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한국은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이 유럽보다 훨씬 일상적"이라며 "한국 정부는 하루에도 수차례 개인위생을 당부하고, 버스와 기차에는 손 세정제가 있다"고 전했다.
프리드리히 나우만재단 한국 사무소의 크리스티안 탁스 소장은 디벨트에서 코로나19 대응 상황에서 독일과 한국 간의 사회문화적인 차이점에 주목했다.
그는 "베를린에서 사람들이 '코로나 파티'를 열고 뮌헨에서는 비어가든에 앉아있었지만 한국인은 공공생활의 자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고 독일인보다 규율을 더 잘 지킨다"고 말했다.
특히 탁스 소장은 독일에는 한국인이 보여준 신속성과 단호함이 부족하다면서 "이런 관점에서 서울에서 지켜보기에 베를린은 제삼 세계의 여느 도시 같이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독일이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상황에서 한국과 비교해 모두 미숙한 것은 아니다.
환자 치료에 있어서 의료체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또 독일은 대연정 다수파의 당명이 기독민주당, 기독사회당일 정도로 종교 문화가 뿌리깊고 종교개혁의 고향이지만 지난 주말 당국의 종교 모임 금지 조치가 충실이 이행됐다.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2020년 3월 22일은 독일에서 가톨릭, 개신교, 그리스 정교회 등이 모두 예배를 하지 않은 첫 번째 일요일"이라며 "종은 여러 곳에서 울렸지만 내부는 텅 비었다"고 썼다.
독일에서는 평균적으로 200만 명의 가톨릭, 70만 명의 개신교 신자가 일요일에 교회에서 예배에 참석한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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