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지 않는 코로나 불길…이동제한 강화·부양책 짜내는 유럽
유럽 확진자 12만명 넘어서…이탈리아 신규 확진자 최대
주민 이동제한 강화…EU·ECB 차원 경기 부양책
영국·러시아 등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박차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유럽 전역으로 번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불길이 쉽사리 잡히지 않고 있다.
유럽 각국은 군·경을 동원해 주민의 이동 제한을 강화하는 등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늦추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아울러 잔뜩 움츠러든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각국 정부는 물론 유럽연합(EU) 차원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으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는 등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 이탈리아 신규 확진자 6천명 육박…확산세 지속
20일(현지시간) 오후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유럽 내 누적 확진자는 12만 명을 넘어섰다. 누적 사망자도 6천명을 넘겼다.
유럽 내 확산의 진원지인 이탈리아에서는 이날 신규 확진자 수가 5천986명에 달했으며, 누적 확진자 수는 4만7천21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하루 사망한 코로나19 환자는 627명으로, 이는 일일 기준 신규 사망자 규모로는 가장 큰 것이다. 누적 사망자 수는 4천32명으로 4천명 선을 넘어섰다.
스페인도 이날 2천335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확진자 수가 2만명(2만412명)을 넘어섰으며, 누적 사망자 수는 1천44명으로 집계됐다.
독일 역시 4천391명이 새로 확진 판정을 받아 누적 확진자 수가 2만명(1만9천711명)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이어 프랑스(1만2천612명), 스위스(5천369명), 영국(3천983명), 네덜란드(2천994명), 오스트리아(2천491명), 벨기에(2천257명) 등의 순으로 누적 확진자가 많았다.
◇ 확산 속도 늦춰라…주민 이동제한 강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에 이동제한령을 발효한 이탈리아는 시민들이 이동제한 조치를 잘 지키지 않는다고 보고 다양한 보완책을 강구했다.
피렌체가 주도인 토스카나 주(州)와 나폴리가 있는 캄파니아 주 등은 드론(무인기)을 띄워 공원이나 시내 광장, 해변 등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공중 감시 체제를 가동했다.
또 이탈리아 중앙정부는 북부 롬바르디아 주 밀라노 지역에 군병력 144명을 투입해 이동제한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베네치아가 속한 북부 베네토 주는 모든 공원을 폐쇄하고 식료품 구매 또는 애완견 산책 등 정당한 사유라 하더라도 200m 이상 이동할 수 없게 했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는 출퇴근과 병원 및 약국 방문, 마트 등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만 거주지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어길 시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독일에서 바이에른주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이어 확진자 수가 세 번째로 많은 주다.
연방정부와 다른 주 정부도 시민들이 사회적 관계의 제한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통행 제한 조처를 내릴 수 있다며 잇따라 경고했다.
◇ EU·ECB 앞장서 경기부양책 내놔
각국 정부와 EU·유럽중앙은행(ECB)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강도 높은 부양책을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각 회원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악영향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업에 제공하는 국가 보조금 규정을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EU 회원국 정부는 코로나19로 타격을 본 기업에 최대 80만 유로(약 10억7천만원)까지 직접 보조금을 주거나 세금 혜택, 선급금 제공, 긴급한 유동성 공급 등의 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
또 각국에 기업의 은행 대출 시 국가 보증을 하거나, 기업에 저리의 보조 융자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ECB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기업 및 가계에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새로운 구제책을 내놨다.
ECB는 은행이 추가 유동성이 필요한 기업과 가계를 상대로 최대 1조8천억 유로(2천407조 원) 상당까지 손실 흡수 및 신용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ECB는 1천200억 유로(160조4천억 원)의 구제기금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이 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가계를 상대로 대출 조건을 적극적으로 완화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1천억 유로(약 133조6천억원) 규모의 추가 예산을 마련할 계획이다.
독일 경제신문 한델스블라트에 따르면 독일 내각은 23일 이런 계획을 확정하고 25일 연방하원의 예산위원회가 이를 처리할 예정이다.
스위스 정부도 320억 스위스프랑(약 40조6천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책을 발표했다. 이 자금은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근로자를 지원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 백신 개발에 박차…코로나와 전쟁서 승기 잡을까
러시아의 보건·위생·검역 당국인 '소비자 권리보호·복지 감독청'(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은 시베리아 도시 노보시비르스크에 있는 국립 바이러스·바이오기술 연구센터 '벡토르'가 백신 원형들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는 "지난 16일부터 학자들이 실험실에서 동물 대상 시험을 시작했다"면서 "시험을 통해 가장 유망하고 안전한 백신 원형을 결정하고 개발될 백신의 용량 및 접종 횟수, 투여 방식 등을 찾아낼 것"이라고 소개했다.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는 "연구자들이 이르면 올해 4분기에 백신을 사용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러시아 보건부 산하 국립 독감연구소(소모로딘체프연구소)는 같은 날 코로나19 환자의 시료를 이용해 감염증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게놈을 완전히 해독해 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소모로딘체프연구소는 게놈 해독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도 연내 대량 생산을 목표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세라 길버트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다음 주 솔즈베리 인근 포튼 다운에 위치한 잉글랜드 공중보건국(PHE) 연구실에서 코로나19 백신 동물 실험을 시작한다.
PHE에서는 옥스퍼드대 백신을 흰담비와 원숭이 등에 주사, 바이러스 축적을 막고 폐 손상을 보호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어 인체 대상으로 안전성 실험을 다음 달에 실시한 뒤 문제가 없으면 대규모 시험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마일스 캐럴 잉글랜드 공중보건국 국가감염서비스 연구소장은 영국 내 코로나19 정점 시기에 사람을 대상으로 백신을 실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