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코로나19 확산에 '아베의 꿈' 개헌 물 건너가나
자민당 '개헌 노력' 방침 표명…"개헌에 적당한 시기 아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 속 마스크 쓴 방위상 눈길…총회 짧게 끝내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일본의 헌법 개정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개헌을 '필생의 과업'으로 꼽고 무력행사 포기와 전력(戰力) 보유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 개정에 의욕을 보였으나 임기 내 실현 가능성이 작아지는 형국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최근 일본 국회의 논의는 감염 방지 대책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정치권에서 아베 총리가 의욕을 보인 개헌에 관한 대화를 찾아보기 쉽지 않게 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집권 자민당은 17일 도쿄(東京) 소재 당 본부에서 개최한 중·참의원 양원 총회에서 '개헌'에 관한 구상을 담은 2020년도 운동방침을 채택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자민당은 "(헌법) 개정 원안 국회 발의를 목표로 환경을 갖추도록 힘을 다한다"고 운동방침에 개헌에 관한 결의를 명기했다.
아베 총리는 "헌법 개정을 포함한 운동 방침에 따라 일치단결해 모든 힘을 다하고 싶다"고 인사하는 등 개헌에 대한 의욕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날 주목받은 것은 개헌보다는 코로나19였다.
행사장에는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대거 마스크를 쓰고 등장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평소에 태연한 듯 행동하던 아베 내각 각료까지 마스크를 쓴 모습을 카메라 앞에 노출했다.
행사장 입구에는 소독용 스프레이가 비치됐고 창문이 없는 행사장의 환기를 위해 문을 열어 놓은 채 총회를 진행했으며 총회는 30분 만에 종료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은 전했다.
주요 인사들은 개헌보다 코로나19 대응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아사히(朝日)에 따르면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총회가 끝난 후 기자들에게 개헌에 관해 "좀 혼란스러운 느낌이 있다. 이런 시기에 개헌을 꺼내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당이 해야 할 일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대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와 고용을 상실하지 않도록 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전부"라고 반응했다.
아베 총리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확산으로 "개헌을 내 손으로 완수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이뤄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
집권당 총재가 되는 것은 일본 총리가 되기 위한 사실상의 필요조건이며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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