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코로나19 역유입 방지 '만리장성' 쌓는다(종합)
국제선 감편 계획…베이징 '사스 상징' 병원에 의심환자 수용
중국인 유학생·교민 '엑소더스'에 역유입 경계감도 높아져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싸움에서 최대의 도전 과제로 떠오른 해외 역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만리장성'을 높이 쌓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해외의 중국인들이 엑소더스에 나선 가운데 중국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역유입을 예방하기 위해 국제선 항공편을 줄일 계획이라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중국의 3대 국유 항공사인 에어차이나, 중국남방항공, 중국동방항공 사이에서는 국제선 감축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은 중국 민항국 요구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라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이미 에어차이나는 16일 예정된 런던-베이징 항공편을 취소했다. 에어차이나 측은 이 노선 운행을 중단하지는 않지만, 항공편을 감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중국 수도 베이징은 해외에서 입국한 의심 환자나 경증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항의 상징이었던 샤오탕산(小湯山) 병원을 다시 열었다.
이 병원은 1천개 넘는 병상을 갖췄다. 2003년 일주일 만에 세워졌던 이 병원은 코로나19 확산 후 개조 작업을 거쳐 17년 만에 다시 사용된다.
베이징 입국 시 발열이나 기침 같은 증상을 보이는 승객은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곧바로 베이징시 북쪽 교외 창핑(昌平)구에 있는 샤오탕산병원으로 옮겨진다.
증상이 없는 승객은 공항 인근의 베이징 신국제컨벤션센터에 먼저 갔다가 개인 정보를 등록하고 체온을 다시 측정한 뒤 집중 격리 시설(호텔)로 가게 된다.베이징시는 전날부터 증상과 관계없이 모든 입국자를 지정 시설에서 14일간 격리하기 시작했다.
베이징 당국은 또한 이 조치 전에 입국해 이미 자택에서 격리하고 있는 일부를 대상으로 핵산 검사도 하고 있다.
이런 정책은 베이징의 역유입 환자가 전날에만 9명이 늘어나 누적 40명을 기록한 가운데 시행됐다. 중국 전체의 역유입 환자는 143명에 이른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미펑(米鋒)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역유입을 막는 것이 코로나19 방역의 "최우선순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 여행을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유럽 등지에 있는 중국 교민과 유학생들의 엑소더스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역유입 방지에 나선 중국 당국이 고도로 주목하고 있는 대목이다.
국가이민관리국에 따르면 지난 11일 국제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선포한 이후 매일 항공편으로 중국에 입국하는 사람은 2만명이며 이 가운데 중국인 비율이 90%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유럽이나 미국에서 중국으로 오는 노선의 항공료는 몇 배로 치솟았는데 이는 항공편이 줄고 있는 가운데 중국인들의 귀국 수요가 급증한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케임브리지대 학생인 힐버트 샤오는 런던에서 오사카를 경유해 상하이까지 오는데 정상 가격의 7배인 2만위안(약 350만원)을 지불했다고 글로벌타임스에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여행 플랫폼 취날닷컴(www.qunar.com) 데이터를 인용해 이번 주 유럽에서 중국으로 가는 편도 항공편 평균 가격은 5천492위안에서 1만5천21위안으로 174%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미국발 중국행 항공료는 137% 올랐다.
남방도시보에 따르면 오는 18일 런던에서 상하이로 가는 비즈니스 전세기는 좌석당 최저 18만위안이었는데 전체 40장이 광고 없이도 금방 매진됐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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