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개정에 가상화폐거래소 실명계좌 확보 비상
실명계좌 없으면 미신고 거래소로 처벌…업계, 시행령 개정내용에 주목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가상화폐를 가상자산으로 인정한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이하 특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가상화폐거래소들이 실명계좌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개정된 법에 따라 고객과 금융거래를 할 때 필요한 실명계좌를 얻지 못하면 미신고 거래소로 전락해 문을 닫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특금법 개정안이 가결됨에 따라 가상화폐 업계는 향후 시행령 개정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개정 특금법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를 가상자산으로 정의하면서 가상자산 사업자(가상화폐거래소)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사업자와 거래할 때 준수할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가상자산 사업자가 금융정보분석원에 상호와 대표자 성명 등을 신고하게 하면서 금융정보분석원은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실명계좌)으로 금융거래를 하지 않은 사업자에 대해 신고를 수리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미신고 업체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실명계좌가 없는 가상화폐거래소는 앞으로 운영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전체 200여곳으로 추정되는 가상화폐 거래소 중 현재 실명계좌가 있는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곳에 불과하다.
업계에서 특금법 시행령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행령에서 실명계좌 발급요건을 어떻게 규정하냐에 따라 거래소간 희비가 갈릴 수 있다.
업계는 발급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주길 바라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2018년 1월말에 도입된 이후 실명계좌 보유 거래소가 늘지 않은 이유가 공신력 있는 발급요건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실명계좌 발급 여부는 은행과 거래소간 문제라고 떠넘기고 은행은 당국 눈치만 보고 실명계좌 발급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인식이다.
은행도 구체적인 요건 명시에 공감하고 있다. 가상화폐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해 준 한 은행 관계자는 "당초 법적 근거 없이 거래소 계좌를 운영 중인 은행 입장에서 이번 개정안 통과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다른 한편 자신들에게 과도한 의무가 부과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개정 특금법은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사업자와 금융거래를 할 때 사업자의 신고의무 이행 여부 등을 추가로 확인하고 신고의무를 미이행한 것이 확인되면 금융거래를 거절하도록 하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거래소의 자금세탁이나 내부통제 문제를 은행 보고 점검하라고 주문하면 계좌실명 발급이 활성화될 수 없다"며 "문제가 생기면 은행이 책임을 지게 돼 거래소 한 곳 관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행령에 어떤 내용이 담기든 수많은 거래소 폐쇄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년 3월 개정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실명계좌를 확보할 수 있는 거래소는 기존 4곳 포함해 10곳 내외에 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중소거래소 관계자는 "시장 질서가 자리 잡히기 위해서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고 결국 많은 업체가 정리될 것"이라면서도 "강력한 규제가 있어도 할 수 있는 것이 많고 거래소 정리가 돼야 신규 투자자 유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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