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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주저에도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사망자 4천명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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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주저에도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사망자 4천명 넘어
국경 봉쇄 등 각국 진압 안간힘…이탈리아 '전국 이동제한령' 내려
발원지 중국 진정세 보이나 유럽·이란 등서 확진자 급증
미 요양시설서 사망자 19명 무더기 나와…증시·유가 동시 폭락 '공황상태'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서운 전파력을 보이며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 잦아들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 속에 중국은 진정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3월 들어서 코로나19는 들불처럼 각 대륙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9일(현지시간) 현재 세계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누적 사망자수는 4천명을 넘어섰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코로나19의 거침없는 확산에 각국은 진단 키트는 물론이고 필수 방호장비와 마스크 '대란'을 겪고 있다.
불안심리를 타고 '가짜 뉴스'가 횡행하고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득세하면서 사람들은 정서적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휴교령이 확대되고 각종 행사가 취소됐다.
잇단 국경봉쇄와 이동 제한으로 항공·관광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고, 연일 비관적인 경제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세계 증시가 일제히 대폭락해 최악의 '블랙 먼데이'로 기록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까지도 코로나19와 관련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위협이 매우 현실화했다"고 경고할 뿐 팬데믹을 선언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CNN방송이 이날 "오늘부터 CNN이 현재의 코로나19 발병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팬데믹이란 용어를 쓸 것"이라고 밝히는 등 많은 전염병 학자들과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세계가 이미 팬데믹에 진입했다고 입을 모은다.


◇ 이탈리아·이란 사망자 급증…"일본 실제 확진자 훨씬 많을 것"
중국과 그 인접국으로만 영향이 미칠 줄 알았던 코로나19는 이제 아시아 전역은 물론이고 유럽과 미주, 오세아니아 등 전방위로 마수를 뻗었다.
특히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확진자 증가세가 가파른 곡선을 그리고 있어 정점을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아프리카 등 의료 낙후 지역은 진단 능력 미비로 아예 현황을 파악할 수조차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개별 국가로는 이탈리아와 이란에서 지난달 말부터 확진자와 사망자가 최고로 급증하고 있다.
9일 오후 6시 기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9천17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 대비 1천797명(24.3%) 증가한 것으로, 사흘 연속 1천명대 증가세다.
누적 사망자는 전날 대비 97명(26.5%) 증가한 463명으로 잠정 파악됐다.
중동 유행의 '진원지' 이란의 누적 확진자는 7천161명, 사망자는 237명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누적 확진자 수는 8만 904명, 한국은 7천478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수는 중국 3천123명, 한국 54명이다.
미국과 일본의 환자 발표는 검사 규모가 적어 실제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실제 감염자수가 정부 발표보다 훨씬 많으리라는 게 일본 민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CNN이 지난 5일 보도했다. 오는 7월 도쿄올림픽에 피해가 갈까 우려한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검진에 소극적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대학의 역학자로서 정부의 바이러스 확산 시뮬레이션 모델 구축에도 참여한 니시우라 히로시(西浦博) 교수는 일본의 코로나19 감염자가 공식 통계의 약 10배 수준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 크루즈·요양시설·종교집회 공포…"80대 이상 치사율 15%일 수도"
코로나19의 진원지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이지만, 이후에는 크루즈와 요양시설, 종교집회 등 집단 발병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다. 모두 좁은 공간에서 다수가 밀접 접촉하는 과정에서 무더기 발병이 벌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696명이 감염되면서 크루즈는 '떠다니는 세균 배양 접시'라는 오명을 얻었다.
미국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에서도 이날까지 최소 21명의 감염자가 나와 일본 크루즈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두 크루즈 모두 방역 실패가 지적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 그랜드 프린세스 상황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도했다. 승무원들이 보호장비 없이 승객들에게 음식 배달을 하거나 침대보 정리 등을 하면서 대면접촉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령자들이나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수용하는 요양시설과 사람들이 어깨를 맞대고 긴 시간 모여있는 종교집회에서도 집단 발병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전체 확진자의 약 63%가 종교단체 신천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종교집회를 자제하라'고 정부와 지자체가 권고했다.
현재 감염자가 704명으로 보고된 미국에서는 사망자 26명 중 19명이 시애틀 커크랜드의 요양시설 라이프 케어 센터에서 나오면서 전국 요양시설에 비상이 걸렸다.
AP통신에 따르면 사망자 중 19명이 70대 이상 고령층으로 밝혀졌는데, 미국 요양소 협회 측 관계자는 "80대 이상에서는 코로나19 치사율이 15%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국경 봉쇄 속 글로벌 경제 타격…성장률 전망치 잇달아 ↓
영국 경제 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날 올해 세계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0%로 낮췄다고 발표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세계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을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월보다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며 "중국 내 기업활동의 원상 복귀가 예상보다 느리고 코로나19 확산 여파는 광범위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도 이날 코로나19로 올해 외국인 직접 투자(FDI)가 최대 15%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UNCTAD는 코로나19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0.5∼1.5% 둔화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응해 FDI도 5%에서 최대 15%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각국이 코로나19 진압에 안간힘을 쓰면서 국경 봉쇄는 물론이고, 자국 내 이동 제한 조치 등도 속속 취해지면서 글로벌 경제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바이러스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결국 '전국 이동제한령'을 내렸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10일부로 전국 모든 지역에 대해 이동제한령이 발효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모든 국민은 집에 머물러 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6천만명의 이탈리아 국민은 업무·건강 등의 이유를 제외하곤 거주지역에서도 어느 곳으로도 이동할 수 없다. 이 조처는 내달 3일까지 효력을 발휘한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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