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가 '소용돌이'의 진원 튀링겐주서 좌파당 총리 선출
지난달 투표서 극우당이 '킹메이커'…비난여론 속 총리 사퇴후 재선거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에서 극우 성향 정당의 '킹메이커' 파문을 일으킨 튀링겐주(州) 의회에서 제1당인 좌파당 소속의 총리가 선출됐다.
튀링겐주 의회는 4일(현지시간) 총리 선출 투표를 벌여 좌파당 후보인 보도 라멜로우를 주 총리로 뽑았다.
라멜로우는 1, 2차 투표에서 연이어 과반을 얻지 못해 3차 투표까지 간 끝에 선출됐다.
좌파당과 사회민주당, 녹색당은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로 하고 라멜로우를 총리 후보로 내세웠다.
애초 라멜로우는 지난달 초 실시된 총리 선출 투표에서 이들 정당의 공동 후보로 나섰으나 낙선했다.
친(親)기업성향으로 소수당인 자유민주당 소속 켐메리히가 예상을 뒤엎고 한 표 차로 총리로 선출됐는데, 극우 성향의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의도적으로 켐메리히에게 몰표를 던져 사실상 투표 결과를 좌지우지했다.
이 과정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기독민주당의 튀링겐주 의원들도 AfD의 이러한 움직임이 예상된 상황에서도 켐메리히에게 표를 던져 자민당과 기민당이 책임론에 휩싸였다.
기민당 등 기성정당들은 2017년 9월 총선에서 AfD가 연방하원에 입성한 뒤 AfD와의 협력을 거부해왔는데, 사실상 튀링겐주 총리 투표에서 협력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켐메리히는 총리로 선출된 지 하루 만에 사퇴해 이날 다시 투표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특히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기민당 대표가 차기 총리 후보 선출 과정에 나서지 않기로 하고 대표직도 조만간 내려놓기로 하는 등 후폭풍이 상당했다.
이날 선거에는 AfD의 튀링겐주 대표인 뵈른 회케도 후보로 나섰다. 회케는 베를린의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추모관을 수치스러운 기념물이라고 비판해 논란을 일으킨 인물로 AfD 내에서도 강경파다.
라멜로우는 총리로 선출된 후 주 의원들과 악수를 하는 과정에서 회케가 내민 손을 거부했다.
한편, 기민당의 새 당 대표 선거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원내대표와 노르베르트 뢰트겐 연방하원 외교외원장,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 간의 3파전으로 치러진다.
애초 출마 의지를 드러낸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은 라셰트 주 총리를 지지하기로 하고 출마하지 않았다. 기민당 대표 선거는 4월 25일 열린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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