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어려움 알아"…상하이 한인타운 임대료 두달치 면제
식당가 등 최소 300여곳 사업장 도움될 듯…"고마운 결정"
한인타운 식당가 점진적 정상화 모색…최대 한식당 한달여 만에 다시 영업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상하이 한인타운의 대형 부동산 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상인들의 처지를 고려해 두 달 치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고 나섰다.
이 기업은 한인타운을 상징하는 주요 대형 건물들을 여러 개 갖고 있다. 임대료 면제를 받게 되는 크고 작은 한인 운영사업체는 최소 300여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4일 상하이 교민사회에 따르면 한인타운 일대를 관장하는 상하이시 민항구 정부의 간부는 교민 대표들과 만나 한인타운 일대 대형 건물을 다수 보유한 부동산 기업인 징팅(井亭)실업이 2월과 3월분 임대료를 받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알려왔다.
민항구 정부는 징팅실업의 일부 지분을 보유해 이번 임대료 면제 결정은 사실상 중국 현지 당국이 주도해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징팅실업은 상하이 한인타운의 상징인 쇼핑센터 징팅다샤(井亭大夏)를 비롯해 징팅톈디(井亭天地), 톈러광창(天樂廣場) 등 대형 상업용 부동산 건물을 다수 보유 중이다.
징팅다샤 한 곳에만 음식점, 학원, 상점 등 크고 작은 가게 200여개가 밀집되어 있는데 여기 상인 대부분은 한국인이다.
상하이 한국상회(한국인회)는 징팅실업이 보유한 건물에 들어선 한인 상업 시설이 적게 잡아도 300여곳 이상일 것으로 본다.
교민 단체와 주상하이 한국 총영사관은 그간 지속해서 당국과 접촉하면서 이번 결정이 나오기까지 물밑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윤 상하이 한국상회 회장은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한인 상인들의 어려움을 여러 차례 중국 당국에 전달을 해왔는데 고마운 결정이 나왔다"며 "다수의 한인타운의 사업장이 혜택을 보게 됐고, 그렇지 못한 곳이 남아 있지만 징팅실업의 결정이 다른 주변 부동산 소유주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인 상인들은 이번 결정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많은 한국 음식점과 상점들은 코로나19 확산 탓에 1월 하순부터 한 달 이상 영업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지 법규에 따라 종업원들 월급을 거의 그대로 지급해야 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던 터였다.
한인타운 최대 한식당인 자하문의 김병국 이사는 "임대료 감면 기대를 많이 했는데 그렇게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반가워했다.
가게 면적이 2천㎡에 달하는 이 식당의 임대료는 한화로 매달 억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징팅실업 측이 3월까지 임대료를 일단 받고 향후 수개월에 걸쳐 환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빚을 내어가면서까지 직원들 월급과 임대료를 지급해 위기에 몰린 한국 상인들은 한 번에 임대료를 환급받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상하이시는 최근 한국인 입국자들 상대로 한 검역을 강화 중인 것과는 별도로 한인타운 내 식당 등 상업 시설의 영업을 점진적으로 허용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역유입' 우려가 커진 가운데 한인타운 일대 주요 빌딩들에 일반인 접근이 차단되기도 했지만 최근 며칠 사이에 이 같은 조치는 일부 완화됐다.
한인들이 운영하는 식당 중 일부도 일정한 위생 행정 절차를 거쳐 운영이 정상화되고 있다.
아직 대부분 가게가 당국의 허가를 얻지 못해 문을 못 열고 있지만 소수의 가게라도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인 상황 변화로 볼 여지가 있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자하문의 경우, 지난 1월 26일 당국의 지시로 문을 닫았다가 이날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김 이사는 "문을 열긴 했지만 한동안 공을 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늘 의외로 손님이 많이 찾아줬고, 특히 중국 손님들이 '문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며 찾아와줘 감사했다"며 "다만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던 예전처럼 되려면 적어도 넉 달은 걸리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국 전 지역에서 한국인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방역이 강화하는 추세인 가운데 중국의 경제 중심 도시 상하이시는 가장 '합리적인 수준'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하이시는 최근까지 한국에서 들어온 입국자에게 건강 관찰을 요구했을 뿐 행정력을 동원해 자가격리를 강제하지는 않았다.
다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한국인 입국자 관리 강화 방침이 서자 전날부터는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
한국에서 온 입국자 전원에게 엄격한 자가격리를 요구하고 상하이 내 주소지가 없거나 대구·경북 방문 이력자만 호텔 등 지정 시설에 격리 중이다. 그럼에도 이는 입국자 전원을 공항에서부터 격리하는 광저우나 난징 등 중국의 다른 도시보다는 수위가 훨씬 낮은 것이다.
또 상하이시는 중국 지방정부 가운데 가장 먼저 나서 50만장의 마스크를 한국에 기증하기도 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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