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결집 바이든, '남부 싹쓸이' 대승…샌더스, 캘리포니아 건져(종합2보)
최대 분수령 '슈퍼화요일' 14개주 경선서 바이든 10개주, 샌더스 4개주 승리
바이든, 중도대표 재부상하며 '기대 이상의 성적표'…샌더스, 대세론에 제동
'샌더스 대 反샌더스' 블룸버그 완주 불투명…'매직넘버 1991' 놓고 장기전 관측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3일(현지시간) 미국 14개 주에서 열린 '슈퍼화요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10개 주에서 1위를 기록,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누르고 예상 밖의 대승을 거뒀다.
경선 초반부 참패로 몰락하는 듯했던 바이든 전 부통령이 중도진영의 '반(反)샌더스 연대'에 힘입어 민주당 경선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이날 예상 이상의 선전을 펼치며 화려하게 부활, 중도 대표 주자로 재부상했다.
민주당 경선은 '샌더스 대 반(反)샌더스' 구도로 재편되며 다시 요동치고 있다.
초반전에 파죽지세를 보였던 '강성진보' 성향의 샌더스 상원의원의 대세론에 제동이 걸리게 됐고, 민주당 경선이 장기전으로 흐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14개 주와 미국령 사모아에서 경선이 실시된 가운데 미 동부시간 4일 오전 3시10분 현재 바이든 전 부통령은 텍사스·앨라배마·오클라호마·노스캐롤라이나·버지니아·테네시·아칸소 등 남부 7개 주와 매사추세츠, 미네소타, 메인 등 10개 주에서 이겼다.
캘리포니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의 대의원이 걸린 텍사스주에서는 엎치락뒤치락 하는 피 말리는 접전 끝에 바이든 전 부통령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메인주도 초박빙 승부 끝에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겼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대의원 수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와 '홈그라운드'인 버몬트, 콜로라도, 유타 등 4곳에서 승리했다.
대의원 수 기준 상위 5위권인 캘리포니아, 텍사스,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매사추세츠주 가운데서 캘리포니아를 빼고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모두 차지했다.
미국령인 사모아에서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이겼다.
미 언론은 "바이든 전 부통령은 남부를 휩쓸며 슈퍼화요일의 '큰 승리'를 했고, 샌더스는 캘리포니아를 접수했다"고 보도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불과 1주일 전에 심각한 어려움에 부닥쳐 있던 바이든 캠프 상황을 감안할 때 예상을 넘어서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경선에서 하차한 뒤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를 선언한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의 지역구인 미네소타와 오클라호마, 그리고 엘리자베스 상원의원의 텃밭인 매사추세츠에서 이긴 것은 '예상을 뒤엎은 승리'라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힘겹게 신승, 1승을 추가한 메인주도 바이든의 약세가 점쳐졌던 곳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또한 앨라배마와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버지니아에서 낙승을 거뒀고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 아칸소 등에서는 큰 격차로 압승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흑인 유권자들의 압도적 지지와 '오바마 향수'를 발판으로 텍사스를 뺀 남부권을 석권하다시피 하며 저력을 과시했고, 중서부로까지 영토를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주별 승패 성적을 기준으로 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이 10대4로 대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으나 샌더스 상원의원이 캘리포니아에서 앞섰고 텍사스에서도 두 사람의 차이가 크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춰 대의원 수 합산 기준으로 어느 정도 격차를 벌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CNN 등 미 언론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남부에서 부활, 수직으로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샌더스 상원의원은 캘리포니아주 출구조사 결과 라티노와 백인,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 강세를 나타냈다고 CNN은 보도했다.
지난달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1위에 오르며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 대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슈퍼화요일 대약진에는 중도 진영의 반(反)샌더스 연대 구축에 따른 표 결집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도 하차한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과 클로버샤 상원의원 등이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를 선언, 그동안 '절대 강자' 없이 분열했던 중도 진영이 바이든 전 부통령 쪽으로 세력을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를 발판으로 대세론에 재시동을 걸 태세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중도 진영 단일화에 힘입어 맹추격에 나서면서 초반 4연전에서 대세론을 형성했던 샌더스 상원의원과의 '바이든 대 샌더스'의 양강 구도로 경선 구도가 다시금 재편되는 흐름이다.
이로써 민주당 경선이 70대 후반의 백인 남성 후보 간 맞대결로 사실상 압축된 상황에서 선두싸움도 가열될 전망이다.
절대 강자 부재 속에 승부를 확정 짓는 분기점인 '매직넘버' 1천991명의 대의원 확보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고 CNN이 보도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낙점되려면 최소 1천991명의 대의원을 잡아야 한다.
엄청난 재력을 무기로 천문학적 광고 공세를 벌이다 슈퍼화요일에 처음 등판한 블룸버그 전 시장은 중도 대안 후보 도약이라는 기대치에 못 미친 채 현 개표 상황 기준으로는 파괴력에 한계를 보이면서 사퇴 압박이 가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 전 시장이 낙마할 경우 경선은 그야말로 '바이든 대 샌더스'의 2파전 속에 '트럼프 대항마' 자리를 놓고 치열한 진영 싸움 형태로 전개될 전망이다.
아이오와, 뉴햄프셔, 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초반 4연전에 이어진 슈퍼화요일 경선은 14개 주에서 전체 대의원(3천979명)의 3분의 1 수준인 1천344명을 선출, 경선 판세를 좌우할 중대 분수령으로 꼽힌다. 전례를 보면 슈퍼화요일 경선을 통해 대선후보 윤곽이 드러난 경우가 많았다.
캘리포니아(415명), 텍사스(228명), 노스캐롤라이나(110명), 버지니아(99명), 매사추세츠(91명), 미네소타(75명), 콜로라도(67명), 테네시(64명), 앨라배마(52명)에 50명 이상 대의원이 몰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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