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주민 사태' 봉착한 그리스에 약 1조원 지원키로
헬기 등 군수 물자도 제공…국경 연 터키 도발에 경고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터키의 갑작스러운 국경 개방으로 이주민·난민이 대거 몰려들고 있는 그리스에 1조원에 가까운 재정 지원을 하기로 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스를 방문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그리스의 이주민 관련 대응을 돕고자 7억유로(약 9천281억원)를 지원하겠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EU는 또 유럽국경·해안경비청(Frontex·프론텍스) 소속 요원 100명을 그리스-터키 국경에 추가 배치하고 해안순찰선과 헬기, 차량 등을 포함한 군수 물자를 지원할 방침이다. 현재 그리스 국경에는 500명 이상의 프론텍스 경비요원이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EU의 행정수반 역할을 하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그리스 국경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그리스 국경은 유럽의 국경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의 방어선 역할을 하는 그리스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터키는 적이 아니다"라면서도 "인간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라고 터키 측의 행태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유럽 통합을 시험하려는 이들은 끝내 좌절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곁들였다.
앞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비롯해 EU회원국 정상 간 회의체인 EU 정상회의 샤를 미셸 신임 상임의장, 다비드 사솔리 유럽의회 의장 등 EU 지도부는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 함께 헬기로 그리스-터키 국경의 동태를 파악했다.
터키는 최근 EU가 2006년 체결한 난민 협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며 지난달 27일 유럽으로 향하는 이주민을 막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EU가 이주민·난민의 유럽행을 차단하는 대가로 60억유로(약 7조7천억원)를 지원하기로 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다.
이후 터키의 국경 개방으로 시리아·아프가니스탄 등 출신의 이주민 1만명 이상이 그리스 국경으로 한꺼번에 몰리며 대혼란이 빚어졌다.
수많은 이주민이 월경을 시도하고 그리스 국경수비대가 최루탄을 쏘며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현재까지 사망자나 부상자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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