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룰라 "보우소나루가 싫다고 탄핵 요구해선 안 돼"
정치권 탄핵 추진설에 신중 촉구…유럽 3개국 방문 나서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좌파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설에 신중한 자세를 촉구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브라질·스위스 언론 공동 인터뷰를 통해 야권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싫어한다는 이유로 그에 대한 탄핵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인터뷰는 이날부터 이뤄지는 프랑스·스위스·독일 등 유럽 3개국 방문을 앞두고 지난달 21일 상파울루에서 진행됐다.
룰라 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가 광기 어린 행동을 하고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감을 저버리는 행위를 하면 탄핵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를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당에 대해서도 "우리는 4년을 기다려야 하므로 인내심을 가지라고 주문했다"면서 이번 유럽 방문 목적도 좌파의 재건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브라질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의회와 연방대법원을 비난하는 시위를 부추기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것을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의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행태와 의회·사법부에 대한 공격적인 언행이 잇따르면서 노동자당을 중심으로 탄핵 추진설이 흘러나왔다.
노동자당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반헌법적 언행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탄핵 촉구 캠페인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민주적 제도와 질서에 대한 존중을 촉구했고, 세우수 지 멜루 대법관은 "헌법 질서의 가치를 무시하는 대통령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는 것은 매우 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력 신문들은 "보우소나루가 헌법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으며, 의회와 사법부 등이 이를 막아야 한다" "탄핵이 추진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만이 위험한 시도를 막을 수 있다"는 등의 비판적 사설을 실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SNS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3월 15일 열리는 의회·사법부 비난 시위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시위에는 '거리에서' '브라질 전진 운동' '브라질 보수주의 운동' 등 보우소나루를 지지하는 극우 단체 회원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겉으로는 권위주의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SNS에는 의회와 대법원 폐쇄, 과거 군사독재정권의 좌파 탄압 도구 부활 등 과격한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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