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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장 전쟁 수렁' 아프간…평화합의까지 18년4개월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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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장 전쟁 수렁' 아프간…평화합의까지 18년4개월 걸려
아프간, 19세기부터 열강 격전지…9·11 테러 후 또 '전쟁의 늪'
탈레반, 반격·세력 확대…트럼프 정부, 직접 협상 통해 합의 서명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2001년 10월 미군 침공 이후 무려 18년 넘게 계속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이번엔 과연 종식될까.
미국과 아프간 무장반군조직 탈레반이 29일 카타르 도하에서 마침내 평화합의안에 서명함에 따라 전쟁 종식을 향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 내디뎌졌다.
이후 아프간 정파 간 협상 등이 순조롭게 시작되면 미군의 단계적 철수 등 평화 구축 작업이 차례로 이어진다.
미국으로서는 최장기 전쟁 무대였던 아프간에서 드디어 완전히 발을 뺄 수 있는 상황을 맞은 셈이다.
아프간도 외세 침략으로 얼룩진 현대사의 한 장(章)을 마무리하고 '평화 시대'를 열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 영국, 러시아, 소련…열강이 눈독 들인 아프간
내륙국 아프간은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요충지였다. 중국, 파키스탄, 이란, 소련(현재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등 강국에 둘러싸였다.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중동을 잇는 실크로드의 핵심 통로였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첨예하게 맞부딪치는 지역이기도 했다.
19세기에는 영국과 러시아가 이 지역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이른바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을 벌였다.
아프간은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까지 3차례에 걸쳐 영국과 전쟁을 치른 끝에 1919년 독립했다. 하지만 부족 간 갈등, 쿠데타, 내전이 이어지며 혼란에 빠졌다.
1979년에는 소련의 침공을 받았다.
이번에도 아프간 국민은 맹렬하게 저항했다. 미국, 파키스탄, 중국, 이란 등으로부터 무기와 자금 지원도 받았다.
결국 소련은 1989년 철수했다.
이후 종파와 종족을 아우르며 소련에 저항했던 무슬림 반군조직 무자헤딘이 1992년 친소 정권을 무너뜨리고 아프간 이슬람 공화국을 선포했다.


◇ 탈레반의 등장…9·11테러 후 미군 공습
혼란 속에 1994년 남부에서 이슬람 이상국가 건설을 목표로 내건 탈레반이 등장했다. 탈레반은 현지어로 '종교적인 학생', '이슬람의 신학생' 등을 뜻한다.
이슬람 경전을 급진적으로 해석한 탈레반은 파키스탄의 군사 지원 속에 급속히 세력을 확대했다.
이에 정권을 쥐고 있던 부르하누딘 라바니 대통령은 러시아에 'SOS'를 쳤다. 인도와 이란도 지원에 가세했다.
그러자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친미 국가'들은 탈레반 지원에 나섰다. 결국 탈레반은 1996년 라바니 정부를 무너뜨리고 집권하는 데 성공했다.
탈레반은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음악, TV 등 오락이 금지됐다.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벌도 허용됐다.
특히 여성은 취업 및 각종 사회 활동이 제약됐고 교육 기회가 박탈됐다. 외출할 때는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를 착용해야 했다.
아프간 전 영토의 90% 이상을 완전히 장악했던 탈레반 정권은 2001년 9·11 테러로 무너진다.
미국은 9·11 테러 후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 조직을 테러 배후로 지목했다. 이어 탈레반 정권에 빈 라덴을 내놓으라고 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거부했고 미국은 2001년 10월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탈레반 정권은 미군의 무차별 공습에 버티지 못하고 한 달여 만에 붕괴했다.


◇ 전쟁은 늪 속으로…평화 협상은 난항
탈레반은 곳곳에서 반격에 나섰다.
탈레반 최고지도자 물라 무함마드 오마르는 도피에 성공했다. 대원들은 산악지대에 은신한 채 게릴라전과 테러를 통해 세력 재건을 시도했다.
대도시나 주요 거점은 미군과 아프간 정부군 차지였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여전히 탈레반의 영향력이 강했다.
그러다가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2009년 재선에 성공하면서 평화협상 구상에 대한 운을 띄웠다.
계속된 전쟁 속에서도 어느 한쪽이 분명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탈레반과 협상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적극적으로 화답한 이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2009년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도 임기 내에 아프간전을 종료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평화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아프간 정부는 "정부와 탈레반이 협상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탈레반은 "미국의 꼭두각시인 아프간 정부와 머리를 맞댈 수 없다"고 맞섰다.
미국-탈레반 간 포로-죄수 맞교환, 탈레반의 대외창구 노릇을 하는 카타르 도하 정치사무소 개설(2013년) 등 간간이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고비 때마다 이견이 불거졌다. 협상에는 난항이 거듭됐다.
이어 2015년 7월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이 내전 14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회담을 열었지만, 곧바로 동력을 상실했다.
탈레반이 벌인 대형 테러와 탈레반 지도자 오마르의 사망 등이 겹치면서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2015년 10월 임기 내에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 협상에 재시동 건 트럼프
그러다가 2016년 9월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다음으로 큰 반군세력인 '헤즈브-에-이슬라미 아프가니스탄'(HIA)과 평화합의를 성사시키면서다.
탈레반 내부에서도 무차별 테러를 중지하고 평화협상에 참여하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와중에 2017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적극적인 아프간 군사전략을 새롭게 발표했다. 미군 철수 시한을 제시하는 대신 테러 세력과 싸움에서 승리를 내세웠다.
이후 아프간 주둔 병력은 늘어났지만, 미국에 전황이 유리하면 탈레반과 직접 협상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실제로 2018년 7월 앨리스 웰스 미국 국무부 남·중앙아시아 수석 부차관보가 카타르에서 극비리에 탈레반과 만났다.
양측 고위급 대표단이 아프간 정부를 제외한 채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선 것은 2001년 후 사실상 처음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극단적인 테러를 일삼던 탈레반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민간인 겨냥 '자살폭탄 테러'를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평화합의 초안 동의 → 협상 사망 → 폭력 감축 → 합의안 서명
미국-탈레반 간 평화협상은 지난해 들어 탄력이 붙었다.
지난해 1월 양측은 아프간 내 국제테러조직 불허 등을 조건으로 외국 주둔군을 모두 철수하는 내용의 평화합의 골격에 동의했다.
하지만 종전선언, 철군 조건·시기, 탈레반-아프간 정부 간 직접 대화 등 세부 사항에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협상은 다시 지지부진해졌다.
미국은 미군 병력을 3∼5년간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일부를 남기기를 원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1년 이내 외국군 전면 철수·철군 스케줄 공표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9차 협상까지 가는 노력 끝에 어렵사리 간격을 좁혔다.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평화협상 관련 미국 특사는 9월 2일 135일 이내 병력 5천명 철수, 국제테러조직 불허 등의 내용이 담긴 평화합의 초안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서명을 눈앞에 뒀던 평화합의는 하지만 불과 며칠 뒤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탈레반의 카불 폭탄 테러로 미군 1명 등 10여명이 사망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9월 7일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탈레반 지도자, 아프간 대통령 등과의 비밀 회동 계획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9월 9일에는 "협상은 죽었다"고 밝혔다.
이후 냉각기를 가졌던 미국과 탈레반은 지난해 12월 7일 도하에서 협상을 재개했다.
협상은 다시 급물살을 탔다. 일시 휴전 가능성, 평화합의 체결일 논의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지난 11일 평화협상에서 주목할만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과 탈레반은 지난 22일부터 일주일간 이른바 '폭력감축'(reduction in violence) 조치로 불리는 사실상의 임시휴전에 돌입했고, 29일 평화합의가 타결됐다.
2001년 10월 7일 미군 주도로 아프간 군사 공격이 시작된 지 18년 4개월 만이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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