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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에 유럽문 열어주는 터키…경제·군사 지원 노린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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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에 유럽문 열어주는 터키…경제·군사 지원 노린 포석
터키 언론들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 막지 않을 것"
인접국 그리스·불가리아 국경 경비 최고수준 격상
세계 최대 시리아 난민 수용국가 터키…유럽 지원 수준에 불만
시리아군과 무력충돌 격화에 유럽국가 지원 유도용 압박 분석도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난민 문제를 혼자 떠안을 수 없다던 터키가 결국 유럽으로 통하는 문의 빗장을 치울 기세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 등 터키 언론들은 28일(현지시간) "더는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들을 막지 않겠다"는 익명의 고위 관계자 발언을 보도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터키 언론들은 이스탄불에서 버스를 타고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 행렬과 그리스 국경 인근 들판을 가로지르는 난민들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전했다.
터키와 국경을 맞댄 유럽연합(EU) 회원국인 그리스·불가리아는 터키의 '그린라이트' 선언에 그야말로 화들짝 놀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양국은 터키 언론의 보도가 나오자마자 국경 경비 인원을 증원하고 감시 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지난 2015∼2016년 유럽 난민 위기의 악몽이 떠올랐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이라크를 거점으로 발호하고 2015년부터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정부군이 반군을 밀어내기 시작하면서 시리아를 중심으로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난민이 발생했다.
IS와 시리아 정부군의 보복을 피해 삶의 터전을 떠난 난민들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유럽으로 몰려들었다.
무려 1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밀려들자 인권을 중시해 온 유럽국가들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에 종교·문화적 배경이 다른 난민과 현지인의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수십 명이 고무보트나 소형 목선에 의존해 지중해를 건너는 등 무리한 유럽행으로 대형 인명사고가 일어나는 등 유럽 사회에서 난민 문제는 심각한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이때 고민 해결사로 나선 국가가 바로 터키다.
중동·아프리카·중앙아시아 국가의 난민들이 유럽으로 건너가는 관문에 자리잡은 터키는 자국에 난민을 수용하는 대신 유럽 국가들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기로 했다.
이에 EU는 지난 2016년 난민들이 터키를 거쳐 그리스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터키에 시리아 난민 지원금 60억 유로(약 7조7천억원)를 비롯한 보상책을 제공하고 터키는 이주민의 유럽 유입을 막는 데 협조하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 터키는 약 670만명으로 추산되는 시리아 난민 중 360만명 가량을 임시보호하는 세계 최대 시리아 난민 수용국가가 됐다.
그러자 터키 내부에서 차츰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갔다. 터키가 유럽을 위해 '난민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유럽 국가들은 고마움을 보이지 않고 지원을 소홀히 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터키 내무부에 따르면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터키 정부가 시리아 난민 보호를 위해 지출한 비용은 약 370억 달러(약 44조2천억원)에 달한다.
유럽 국가들이 지원하기로 한 60억 유로는 터키가 지출한 금액의 6분의 1에 불과한 액수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터키는 시리아 난민 문제와 관련해 유럽으로부터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시리아 난민들을 유럽으로 건너가게 해 지원을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 시리아 정세가 급변하면서 터키의 부담이 가중됐다.
터키는 지난해 10월 유프라테스강 동쪽 시리아 국경을 넘어 쿠르드 족이 장악한 시리아 북동부로 진격했다.
당시 터키는 시리아 쿠르드족의 민병대(YPG)가 자국 내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시리아 분파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터키는 최대 안보위협 세력인 PKK와 YPG의 연대를 봉쇄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으나, 내친 김에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해 난민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터키는 터키-시리아 국경에서 시리아 쪽으로 깊이 30㎞에 달하는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이곳에 시리아 난민 100만명 이상을 이주시키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터키 정부가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안전지대 내부에는 마을 140 곳과 주택 20만 채, 모스크(이슬람 사원) 11곳, 학교 9곳, 청소년 센터 5곳, 실내 스포츠 경기장 2곳이 세워진다.
터키 정부는 이를 건설하는 데 약 266억 달러(약 32조원)가 들 것으로 추산했으며, 유럽 국가들로부터 지원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터키의 시리아 공격을 비판하며 시리아 안전지대 건설 계획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난해 연말부터 시리아 북서부 상황은 터키의 의도와 정반대로 전개됐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정부군이 터키가 지원하는 반군을 백척간두로 밀어붙인 것이다.
정부군은 북서부 이들립 주(州)일대에 반군을 고립시키는 데 성공했고 차츰 반군을 터키 국경 쪽으로 몰아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부군에게 보복당할 것을 두려워 한 이들립의 민간인들은 터키 국경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새로운 난민 행렬은 터키에 강한 압력으로 작용했다.
유엔은 지난해 12월 이후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공격을 피해 집을 떠난 시리아인이 87만5천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터키의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의 외메르 첼릭 대변인은 "우리의 난민 정책은 변하지 않았지만 실제로 상황은 바뀌었다"며 "정부군의 공격 이후 더 많은 난민들이 유럽과 터키를 향하고 있으며, 터키는 늘어나는 난민의 압력을 견뎌낼 수 없다"고 말했다.
파흐레틴 알툰 터키 대통령실 언론청장도 "이들립이 시리아 정부군의 손에 떨어진다면 터키는 새로운 난민의 홍수를 감당할 수 없다"며 "난민의 유럽행을 막는 정책을 완화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리아 반군이 퇴각하면서 터키군이 직접 정부군과 총부리를 맞대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도 터키의 난민 정책에 영향을 줬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전날 정부군의 공격으로 터키군 33명이 사망하는 등 시리아 내전 개입 이래 최대 피해가 발생하자 난민 카드를 내세워 상당수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유럽국가들의 지원을 끌어내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33명의 전사자가 발생하자 앙카라(터키의 수도)는 유럽에 새로운 난민 행렬을 풀어놓겠다고 위협하며 군사적 지원을 끌어내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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