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북서부 교전 격화…"터키군 33명 전사"(종합)
터키, 시리아 군사개입 이래 최대 피해…터키 "시리아군에 보복 공격"
美·나토, 시리아군 공습 규탄…美 "최선의 터키 지원방안 검토"
터키 당국자, 난민문제로 유럽 압박 시사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김서영 기자 = 시리아 북서부에서 터키군과 시리아군의 직접 충돌이 날로 격화하는 가운데 시리아군 공습으로 터키군 수십명이 전사했다.
시리아와 국경을 접한 터키 남부 하타이주(州)의 라흐미 도안 주지사는 시리아군의 27일(현지시간) 공습으로 터키군 33명이 사망하고 32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 인권관측소도 이번 공습에 따른 터키군 전사자가 최소 34명이라고 보고했다.
이는 터키가 2016년 시리아 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유프라테스 방패 작전)한 이래 최대 피해에 해당한다.
이달 들어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 주(州)에서 터키군과 시리아군의 직접 충돌이 격화하며 터키군 50명 이상이 사망했다.
또 AP통신에 따르면 이들립에 있는 터키군 초소 12곳이 시리아 정부군에 포위당했다.
이들립은 10년째 이어지는 시리아 사태에서 마지막 남은 반군 지역이다.
터키는 즉시 보복에 나섰다.
파흐레틴 알툰 터키 대통령실 언론청장은 즉각 공군과 지상군을 투입해 시리아 정부군 목표물을 겨냥해 보복 공격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성명을 내고 "지난 17일 동안 터키군은 이들립에서 시리아 정부군 1천709명과 탱크 55대, 헬기 3대, 장갑차 18대, 곡사포 29문, 군용차량 21대, 탄약고 6곳, 박격포 7문, 중기관총 4정 등을 무력화했다"고 전했다.
터키 당국은 적을 사살·생포하거나 적이 항복했음을 의미하기 위해 주로 '무력화'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터키군이 시리아 정부군의 진지를 공격해 적어도 16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7일 밤 9시 30분부터 수도 앙카라에서 긴급안보회의를 주재했다.
긴급안보회의에는 훌루시 아카르 국방장관과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무장관, 하칸 피단 국가정보청(MIT) 청장을 비롯해 전 부처 장관이 참석했으며 6시간 동안 이어졌다고 터키 일간 사바흐는 전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 통화했으며, 이브라힘 칼른 터키 대통령실 대변인은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이들립 사태를 논의했다.
미국 국무부는 시리아에 '비열한 공격'을 멈추라고 촉구하면서 나토 동맹인 터키를 지원할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시리아군과 그 지원자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습을 '규탄'하고, 공격을 중단하라고 시리아·러시아군에 촉구했다.
나토는 터키의 요청에 따라 28일 오전 이들립 사태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성명을 내고 "긴급회의는 어떤 동맹국이든 영토 보존과 정치적 독립성 또는 안보에 위협을 받을 경우 협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북대서양협정 4조에 따라 개최됐다"고 설명했다.
북대서양협정 4조는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북대서양협정 5조와 함께 나토 협정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규정이다.
이번 공습은 터키 정부와 러시아 대표단이 이틀간 앙카라에서 이들립 사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회담이 진행되는 중에 벌어졌다.
터키는 러시아 대표단과의 협상에서 휴전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이들립 지역에서의 집단 이민과 인도적 재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공격을 받은 터키군은 테러리스트와 함께 있었다"며 "시리아 내 러시아 분쟁조정센터에 따르면 이 지역에 터키군이 있다는 정보는 없었으며, 터키군이 있어서도 안 되는 지역"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 "러시아 공군은 이 지역을 공습하지 않았다"며 "터키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시리아군의 공격을 멈추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 해군 관계자는 크루즈 미사일을 실은 구축함 2척이 시리아에 배치됐다고 밝혔다.
AP통신은 러시아 흑해 함대 소속인 구축함 '마카로프 제독'과 '그리고로비치 제독'이 시리아로 향하고 있으며, 두 함선 모두 러시아의 시리아 공세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터키 당국은 이들립 지역의 터키군이 테러리스트와 함께 있었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부인했다.
아카르 국방장관은 "이번 공격 동안 우리 군 주변에는 어떤 무장 단체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시리아 북서부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자 터키는 난민 문제를 거론하며 유럽에 지원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터키 고위 당국자는 이들립에서 대규모 난민 유입이 임박했으며, 터키는 이들의 유럽행을 더는 차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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