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지도부 권력투쟁' 책 판매 홍콩 출판업자 징역 10년형
중국 '금서' 홍콩서 판매했다 중국으로 끌려가 고초 겪어
'기밀누설죄'에 지인들 "그가 납치된 것 말고 무슨 기밀 있나"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지도부의 권력투쟁을 다룬 책을 홍콩에서 판매했다가 중국에 끌려간 홍콩 출판업자가 중국 법원에서 1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5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의 닝보 중급인민법원은 전날 홍콩 출판업자 구이민하이(桂敏海)에게 기밀을 해외로 누설한 죄를 적용해 징역 10년 형을 선고하고 5년 동안 정치적 권리를 박탈했다.
닝보 법원은 구이민하이가 향후 상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태어났으나 스웨덴 시민으로 귀화한 구이민하이는 중국 지도부의 권력투쟁 등을 다뤄 중국 내에서 금서가 된 책들을 홍콩에서 판매했다가 2015년 태국에서 다른 4명의 출판업자와 함께 중국으로 끌려갔다.
이후 중국 측은 구이민하이가 2003년 일으킨 음주 운전 사망사고로 인해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에 대한 처벌은 중국 내 금서를 판매한 데 대한 정치 보복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는 2017년 석방됐으나, 이후 닝보시를 떠나지 못하고 중국 당국의 엄중한 감시를 받았다.
구이민하이가 이번에 다시 장기 징역형을 받은 것은 당국 몰래 중국을 떠나려고 했다가 체포돼 '괘씸죄'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2018년 1월 스웨덴 외교관 2명과 함께 닝보시에서 베이징행 열차를 탔다가 사복경찰에 연행됐다.
구이민하이의 딸에 따르면 그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이른바 '루게릭병' 진단을 받아 스웨덴에서 치료를 받고 싶어했다고 한다. 이는 근육 운동을 조절하는 뇌세포가 파괴돼 온몸의 근육이 점차 사라지는 병이다.
이후 스웨덴 정부와 유럽연합(EU)은 구이민하이의 석방을 거듭 촉구했으나, 중국 당국은 이를 거부했다.
전날 닝보 법원은 구이민하이가 2018년 중국 시민권을 회복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EU 측이 더는 이번 사건에 관여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구이민하이의 지인들은 그가 공정하지 못한 재판을 받았다면서 중국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의 오랜 친구 베이링은 "항상 중국 당국의 엄중한 감시를 받고 있던 그가 어떻게 해외에 기밀을 누설할 수 있었겠느냐"며 "그가 태국에서 중국 요원에 납치됐다는 사실 말고 그가 알고 있는 기밀은 없다"고 비판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