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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리더십] ⑤ '중국 편들기'에 신뢰도 추락 WHO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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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리더십] ⑤ '중국 편들기'에 신뢰도 추락 WHO 사무총장
중국 등 개도국 지지로 선출…늑장대응·친중발언 등으로 도마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지난달 31일 국제 청원 사이트 '체인지'(www.change.org)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Osuka Yip'이라는 아이디의 청원자는 "우리는 WHO가 정치적으로 중립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다른 조사 없이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는 중국 정부가 제공한 감염자와 사망자 수만 믿고 있다"며 청원 이유를 밝혔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고 있는 '전쟁' 도중에 글로벌 보건 정책을 관장하는 '수장'을 바꾸자는 의견이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고 하는데, 사퇴 촉구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사퇴 촉구 이유는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것이었다.
WHO "코로나19, 한국·이탈리아·이란 급증 우려…아직 세계적 대유행 아냐" / 연합뉴스 (Yonhapnews)
정치적 중립과 관련한 의혹의 시작은 WHO 사무총장 선거가 벌어진 2017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테워드로스 전 에티오피아 보건·외교 장관과 영국 출신의 데이비드 나바로 전 WHO 에볼라 특사가 경합을 벌였다.
결과는 테워드로스의 승리. WHO 설립 이후 첫 아프리카 출신 사무총장이자 비(非) 의사 출신 첫 사무총장이 탄생했다.
그는 결선 투표에서 133표를 얻어 50표를 얻는 데 그친 나바로 전 특사를 압도적인 표 차로 누르며 당선됐다.
오랜 기간 WHO에서 근무해온 나바로 전 특사가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기도 했으나, 선출 제도가 전체 회원국이 1표씩 직접 투표하는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50여 표에 이르는 아프리카 대륙의 수적 우세와 개발도상국의 '좌장' 격인 중국의 지지가 테워드로스에게 큰 힘이 됐다. 그전까지는 대륙별 대의원 30여 명이 사무총장을 선출해왔다.
그해 7월 5년 임기를 시작한 테워드로스 사무총장 앞에는 에이즈 퇴치 기금 조성, 에볼라와 콜레라 같은 전염병 사태 대응 등 현안이 산적했다.
특히 미국이 WHO에 에이즈 퇴치 기금을 더는 부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재정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소방수' 역할은 중국이 맡았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취임 직후인 2017년 8월 막대한 자금력으로 여러 국제기구 내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던 중국으로 날아가 베이징(北京)에서 양해각서를 맺고 재정 지원을 약속받았다.
그해 5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도상국과 국제기구에 600억 위안(약 10조3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WHO가 3개월 뒤 개별적으로 2천만 달러(약 242억원)의 추가 지원을 받은 것이다.
더욱이 중국은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이 장관을 지낸 에티오피아의 '큰 손'이기도 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에티오피아는 2000년 이후 지난해 초까지 중국 국책 은행으로부터 121억 달러(약 14조7천억원)가 넘는 자금을 받았다.
이래저래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실제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중국을 두둔하는 발언을 지속했다.
중국 내부에서조차 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를 지적하는 데도 그는 지난달 28일 시 주석 등 중국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능력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튿날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중국의 조처에 국제 사회가 감사와 존경을 보내야 한다고까지 했다.
같은 달 30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도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 때문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 때문"이라며 "이번 선언은 중국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늑장 대응도 비난의 대상이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한 이후 한 달여 동안 바이러스가 인접국을 중심으로 퍼지며 '국제적인 상황'으로 번지는 데도 그는 좀처럼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았다.
지난달 22∼23일 열린 첫 긴급위원회에서 15명의 위원 가운데 7명이 국제적 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조언했지만, 그는 선포를 주저했다.
이후 코로나19가 아시아 대륙을 넘어 미국과 유럽, 호주 등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사망자도 속출하자 뒤늦게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러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여행과 교역의 금지는 권고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각국이 중국을 상대로 제한 조처를 하고 있다며 해제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코로나19를 조사할 전문가의 중국 파견도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지난 9일 WHO가 주도하는 국제 전문가를 중국에 보냈다.
중국이 발병을 처음 보고한 지 한 달 반,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열흘이 지나서야 보낸 것이다. 그것도 선발대였다.
본진은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뒤에 파견됐으며, 정작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우한(武漢)은 조사 장소에 넣지 않았다가 비난이 일자 뒤늦게 보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보 파악에도 의문이 일고 있다.
그는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 이후 거의 매일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지만, 미리 준비해온 내용만 읽을 뿐 취재진의 질의에 대한 대부분의 답변을 배석자들에게 넘겼다.
글로벌 보건 정책 기구의 수장으로서 사태 대응에 책임을 지고 현황과 대응책을 알리려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런 모습은 WHO에 대한 신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체인지'에서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한 청원자는 "우리 중 많은 사람이 정말 실망했다"며 "유엔과 WHO가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해당 청원에는 22일 오후 1시 현재 39만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


eng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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