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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만삭 간호사 영웅' 찬양에 "비인간적 처사"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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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만삭 간호사 영웅' 찬양에 "비인간적 처사" 역풍
'유산 후 복귀·삭발 간호사'도 선전 효과 못 거둬
"'영웅' 만들어 관료들 잘못 숨기려는 여론조작 불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계속 확산하는 가운데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영웅'을 만들어 대중을 감동하게 하려는 중국 관영 매체의 노력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영방송인 중국중앙(CC)TV는 출산 예정일을 불과 20일 앞둔 만삭의 간호사가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휴가도 거부하고 응급실에서 근무를 계속하는 모습을 최근 보도했다.
코로나19 진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인민해방군 301병원에서 일하는 그에 대해 CCTV는 "위대한 어머니이자 백의의 천사"라고 칭송했다.
하지만 CCTV의 선전은 뜻하지 않은 반발을 불러왔다.
중국의 많은 누리꾼은 소셜미디어에 "출산을 앞둔 만삭의 임신부가 감염 위험이 높은 곳에서 일하는 것은 비인간적 처사"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감동은커녕 화가 난다. 임신 9개월의 임신부라면 당연히 집에서 쉬어야 하는 것 아니냐. 만삭의 몸으로 무거운 보호복을 착용하고 움직이는 것이 과연 산모와 태아에게 좋은 일인가"라고 맹비난했다.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CCTV는 부랴부랴 기사를 삭제했다.
하루 뒤 우한만보(武漢晩報)의 기사도 거센 비난을 받았다.
우한만보는 27살의 여성 간호사 황산이 유산했지만,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동료들을 돕기 위해 4주일의 휴가를 다 쓰지 않고 불과 10일 만에 우한중심병원으로 복귀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이에 중국 광저우의 작가 허우훙빈은 "유산을 했거나 출산이 얼마 남지 않은 임신부는 면역력이 약해져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쉬운데, 이러한 사람들은 당연히 병원에서 근무를 못 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우한의 간호사들이 보호복을 입는 시간을 줄이겠다며 집단으로 삭발한 것도 대중의 분노를 불렀다.
처음에 삭발한 간호사의 사진이 몇 장 소셜미디어에 올라왔을 때는 대중의 감동을 불러일으켰지만, 나중에 병원 측이 간호사들의 삭발을 촬영, 동영상으로 만들어 선전하자 감동은 분노로 바뀌었다.
더구나 일부 간호사는 삭발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까지 보였다.
한 누리꾼은 "이들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얘기하지만, 이는 선전에 불과하다"며 "이는 여성 간호사들을 괴롭히고 굴욕감을 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상하이교통대학의 웨이우후이(魏武揮) 교수는 "중국 관영 매체가 이러한 얘기를 계속하는 것은 여론을 조작하려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는 대중이 '영웅'의 행동에 감동해 이번 사태가 상당 부분 관료들의 잘못으로 일어났다는 것을 잊게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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