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총기난사로 9명 사망…극우 테러 추정(종합4보)
40대 독일 남성 용의자 '물담배바' 두곳서 범행…"극우·인종차별주의가 동기" 추정
터키인 등 희생…메르켈 "인종차별주의는 독" 엄정 대응 방침
(서울·브뤼셀=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김정은 특파원 =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도시 하나우에서 19일(현지시간) 극우 테러로 추정되는 총격 사건이 발생해 9명이 숨졌다.
현지 당국은 인종차별주의적 동기에 따른 우익 극단주의자의 범행으로 의심하고 있다.
로이터, AP 통신 등에 따르면 43세의 독일 남성 '토비아스 R.'로 확인된 용의자는 이날 오후 10시께 하나우에 있는 물담배 바(shisha bar) 두 곳에서 잇따라 총을 발사해 9명을 살해했다. 이외에 5∼6명은 심각하게 부상했다.
이후 용의자와 그의 72세 어머니는 인근 자택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 당국은 이번 공격에 "외국인 혐오의 동기"의 동기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테러 사건으로 다루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20일 "범인이 우익 극단주의, 인종차별주의의 동기에서, 다른 출신, 종교 또는 외모의 사람들을 향한 혐오에서 행동했다는 많은 징후가 있다"면서 "인종차별주의는 독"이라고 규정하고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독일 검찰을 인용해 물담배를 피울 수 있는 술집 두 곳에서 차량을 이용한 총격 사건이 차례로 발생했다고 전했다. 용의자는 첫 번째 물담배 바에 총격을 가하고 차량으로 도주한 뒤 두 번째 물담배 바를 공격했다.
물담배 바는 사람들이 중동 물담뱃대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이다. 첫 번째 총격이 발생한 곳의 경우 현지 쿠르드 공동체의 중심지인 동시에 다양한 배경의 젊은이들이 자주 가는 곳이라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전했다.
외신은 희생자의 상당수가 이민자의 배경을 지니고 있다고 전했다. 터키 정부는 사망자 가운데 일부가 터키 시민이라고 밝혔으며, 중동의 소수민족인 쿠르드계가 일부 포함된 것으로도 전해졌다.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은 용의자가 남긴 자백 편지에서 극우 성향의 시각이 노출됐다고 빌트를 인용해 보도했다.
용의자는 편지에서 "독일이 추방하지 못하고 있는 특정 민족들을 제거한다"는 말을 꺼낸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검사는 용의자가 자신의 웹사이트에 남긴 영상과 '선언문'은 "정상이 아닌 생각들, 복잡한 음모론뿐 아니라 깊은 인종차별주의적 사고방식"이 드러나 있다고 말했다.
용의자는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유했으며, 이번 사건 이전에는 당국에 알려진 인물이 아니었고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페터 보트 헤센주 내무 장관은 말했다. 용의자는 자신이 과거 은행에서 일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우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동쪽으로 20㎞ 남짓 떨어진 인구 10만명 정도의 공업도시이다.
하나우에 50년간 거주한 한 터키 출신 이민자는 블룸버그에 이 지역은 쿠르드인과 터키인, 독일인이 뒤섞인 지역이지만, 극우 극단주의의 문제는 없었으며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독일에서 극우 범죄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
용의자의 범행 동기가 극우, 인종차별주의에 따른 것으로 확인되면 지난해 10월 독일 동부 유대교회당 공격과 같은 해 6월 난민을 옹호해온 독일 정치인 살해에 이어 1년도 안 되는 사이 발생한 3번째 주요 극우 범죄가 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독일에서 총기난사 사건은 미국 같은 국가와 비교할 때 드문 편이지만 여러 동기에 따른 총격사건이 최근 다수 발생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독일에서 이 같은 강력범죄는 드문 경우지만 최근 들어 극우·이슬람 테러리즘, 조직 폭력범죄가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독일 정계에서 전통적으로 중도 정당이 강세를 보였지만 2015년 이후 현지 사회가 더욱 양극화됐다고 분석했다.
이는 2015년 이후 독일이 200만명의 망명 신청자를 받아들이면서 겪는 사회통합 진통으로 관측되고 있다.
독일에서 총기를 소유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총기판매가 엄격히 통제되고 총기는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입수할 수 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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