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브뤼셀서 EU 집행위원 잇따라 만나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고위 인사들이 17일(현지시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뒤 잇따라 경고의 메시지를 내놨다.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티에리 브르통 산업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을 찾은 저커버그를 만난 뒤 취재진에게 "우리가 이 회사에 적응해야 할 것이 아니다. 이 회사가 우리에게 적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혐오 발언과 허위 정보를 적절히 제한하지 못한다면 더 엄격한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페이스북은 집행위에 제출한 문서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발언을 제한하는 방법은 발언 자체에 대해 플랫폼 측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들이 적절한 시스템을 가동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법적 발언의 게재를 처벌하는 것은 인터넷 지형에 적합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저커버그도 이날 만남에서 언론자유에 재갈을 물리지 않으면서 혐오 발언과 허위 정보를 보다 잘 통제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AFP는 전했다.
그러나 브르통 집행위원은 페이스북의 제안에 대해 "충분하지 않다. 너무 느리고, 책임의 측면에서 너무 낮다"면서 페이스북은 책임 문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또 올해 말까지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고 그들의 책임을 제시하기 위한 디지털 서비스 법령의 일부로 엄격한 규정을 채택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이날 베라 요우로바 EU 부집행위원장을 만나서도 혐오 발언에 대한 좋은 규제를 위해서 새로운 종류의 규제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우로바 부집행위원장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단호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페이스북은 모든 책임을 밀쳐낼 수 없다"면서 페이스북이 좋은 혹은 나쁜 세력이 되기를 원하는지는 각 정부나 규제 기관이 결정할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이날 AI 규제안 실무를 맡은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경쟁 담당 집행위원도 만났다.
저커버그의 이번 방문은 오는 19일 인공지능(AI) 등과 관련한 EU의 정책 초안 발표를 앞두고 이뤄졌다.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과 애플, 구글 등 AI 분야에 대거 투자해 온 미국의 IT 기업들은 EU의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최근 잇따라 브뤼셀을 방문, EU 측에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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